하루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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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마다 꽃


다친 아빠를 돌보다 엄마도 몸이 아프다. 이른 아침 산에 올라 땔나무를 해오는 어린 딸. 이슬 맺힌 연초록 아웅더비 꽃을 꺾어 들고 와 집안 불전에 바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버마에서는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매일 아침 꽃을 사서 불전에 바친다. 사람은 밥이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영혼이 없는 밥은, 경외가 없는 삶은, 시든 꽃잎처럼 사라지고 마는 덧없는 생이기에.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어른이든 어린이든 다른 가족들도 모두 아프다. 가세는 가난할 수 있지만 영혼이 가난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는데 경외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에도, 땀방울을 식혀주는 바람의 손길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삶만이 진짜로 살아 있는 경외일 것이다. 매일 아침 꽃을 불전에 바치는 기쁨을 느끼는 아이도 매일매일 진짜로 살아 있음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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