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너머 - 피터 슈라이어, 펜 하나로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게슈탈텐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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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상상만 하던 어린 시절에서 이제는 정말로 실현 가능한 시대가 곧 올 것만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디자이너들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고 계속해서 그렇게 많은 아이디어들을 재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일까? 자동차도 이제 엔진에서 전기로 넘어가는 거대한 전환이 과도기로 생각되는데 피터 슈라이어의 아이디어들이 만들어낼 전기자동차의 모양이 정말 궁금해진다.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가 한국에 왔다. 기아자동차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어줄 사람으로 피터 슈라이어를 선택했다. 독일 자동차 업계에서 이미 세계 최고라는 위치에 있던 피터 슈라이어는 왜 한국을 선택했을까? 하얀 캠퍼스 같은 한국을 잠재력이 많은 성장 가능성을 보았다.


2006년 한국에 온 피터 슈라이어는 그냥 잠시 외국에 와서 자신이 맡은 일만 하고 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의 전통과 미에 관심을 갖고 애정 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아자동차의 K 시리즈의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 그릴과 제네시스의 방패 모양은 이제 멀리서 봐도 누구나 어디서든 어떤 차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특히 K5와 스포티지는 사랑을 많이 받았고 KIA라는 브랜드 가치를 격상시켜준 모델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였던 피터 슈라이어는 2006년 8월부터 기아자동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이면서 부사장을 거쳐 현재는 현대 자동차 그룹 디자인 경영담당 사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있는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했다. 디자인팀과 직접 일을 하는 피터 슈라이어.


디자이너는 연구실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로 디자인 작업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피터 슈라이어가 들려주는 디자이너의 일은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협업 없이는 절대로 현실로 만들어질 수 없는 자동차 디자이너는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처음부터 도로 위를 주행하는 그 순간까지 함께했다.


자동차광이면서 비행을 좋아하고 스켈레톤 경주를 즐기면서 느낄 수 있었던 자유와 역동성은 피터 슈라이어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고 자유로운 탈출구가 되기도 하였다. 스피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을 생각하는 디자이너이다.


피터 슈라이어는 디자이너로서의 자신만의 다섯 가지 원칙을 들려주고 있다.


1. 비례와 균형이 전부다. 사소한 디테일부터 전체 디자인을 생각하면서 전 과정 내내 완제품은 늘 통일된 전체로 바라보아야 한다.


2. 주제를 찾아내 고수할 것. 디자이너가 차에 부여하고 싶은 주제나 특징은 더 감성적이어야 한다.


3. 자동차 실내 디자인은 건축이다. 실내 디자인에서 다루어야 할 디테일들을 살려서 하나의 건축물처럼 설계된 공간 안에서 만족감과 행복감이 느껴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4. 주류 너머의 세계로 전진할 것.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디자인과 새로운 프로젝트에 임할 때마다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 새로운 해결책을 찾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5. 개성을 구축하는 것은 결국 아날로그다. 기술에만 의지하지 말고 디자이너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인간적 요소가 드러나야 한다.


지난 17일 현대자동차 그룹이 대대적인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제 피터 슈라이어는 다시 돌아가겠지만 그가 한국에서 보여준 디자인의 철학과 소통 방식은 다른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으리라. 이제 한국의 아니, 전 세계의 도로 위에서 훨훨 날개를 펼칠 K-디자인의 자동차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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