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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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레프 톨스토이(1828.9.9~1910.11.20) 러시아의 소설가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등이 있다.

죽음에 대한 단편소설 중에서 단연코 최고의 작품이다.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이반 일리치의 부고를 부고를 전해 들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인사이동이나 승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그들에게 죽은 것이 자기가 아닌 것이라는 모종의 기쁨을 선사했다. 마치 자기들은 죽음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처럼. 죽음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할진대.

이반 일리치는 러시아 제정 시대에 부패한 관료사회에서 계급의 사다리를 열심히 올라가기 위한 야심찬 판사로 어떤 관직에 임명되더라도 그 자리에 자신을 완벽하게 맞추고 화려한 상류 사회와 사치 생활로 위안을 받는다. 집 단장 중 창틀 손잡이에 옆구리를 부딪히고 난 이후에 점점 통증이 심해지더니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무기력해지고 계속 누워있다가 사흘 밤낮을 내리 비명을 질러대고 가족들은 괴로워한다.

12개의 장 중에서 9개의 장에 걸쳐 이반 일리치가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병과 죽음을 부정하려고 발버둥 치면서 가족과 친구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것을 원망하고 괴로워하다가 성큼 다가온 죽음에 직면하고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불현듯 깨닫게 된다. 죽음을 앞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부정-분노-타협-우울- 수용하는 불안정한 상태를 너무나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톨스토이는 어떻게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심리 변화를 알고 이런 작품을 썼을까? 순수한 인간으로 나오는 하인 게라심의 "우리는 언젠가 다 죽습니다요. 그러니 수고 좀 못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을 통해 이상적인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아들의 손키스와 아내의 눈물로 이반 일리치의 가족에 대한 원망은 눈 녹듯 사라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홀로 왔다 홀로 가는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서 현재의 내 삶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내일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나는 이반 일리치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을까? 내 죽음에 슬퍼하고 눈물을 흘려줄 사람은 누구일까? 결혼식장보다는 장례식장에 더 자주 가는 나이가 되고 보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남의 죽음이 아닌 나의 죽음이라는 묵직한 울림을 남기고 가는 톨스토이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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