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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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1914~1996)의 『연인』은 내가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청불 영화였다. 그때 당시 아찔함으로 기억에 남아 있던 영화, 원작은 2010년 정도에 읽었었고, 2016년에 무삭제판으로 극장에서 상영을 했을 때 다시 만나게 된 뒤라스의 『연인』. 1984년에 콩쿠르 상을 수상한 『연인』은 일흔에 발표한 작품이었는데 1950년 서른여섯 살에 발표한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는 젊은 뒤라스의 어떤 종류의 날것의 느낌을 줄 것인지 궁금했다.


역시 배경은 뒤라스가 살았던 프랑스령 식민지 인도차이나반도. 한때 교사였고 남편이 사망했고 조제프와 쉬잔을 양육하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남편을 여의기 전까지가 그녀의 가장 완벽하게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그녀는 캄 토지국에서 우선권 덕분으로 이 년을 기다려 토지를 불하 받게 된다. 불하지 절반에 작물을 심고 방갈로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7월이 되었을 때 바닷물이 밀려왔고 수확물들은 그 바닷물에 잠겨버리게 된다.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음 해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 보려고 했던 걸까? 엄마는 또 식민지의 가혹한 착취와 뇌물에 대해 무지했다. 토지국 관리자들의 주머니를 채워 줘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걸까?


엄마와 조제프와 쉬잔은 람의 군 회관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된다. 바로 북부의 농장주의 아들 조를 만나게 된 것! 그의 손가락에는 그의 못난 얼굴을 가리고도 남을 정도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었다. 조는 단박에 쉬잔에게 반해버렸고 그들의 방갈로에 드나들게 된다.


쉬잔과 조를 만나게는 하지만 항상 밖에서 감시하고 있는 엄마. 쉬잔은 사랑하지 않지만 가족에게 도움이 될까 조를 계속 만나게 되고, 조는 쉬잔에게 화장품, 드레스, 축음기 등을 선물한다. 바보~ 그녀들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닌데. 이렇게 저렇게 서로 속만 태우는 시간들이 지나고 드디어 조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다이아몬드가 쉬잔에게 넘어왔다.


아, 하지만 그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생각만큼 가치가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조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그녀는 다이아몬드의 가치만큼 절망하게 되고, 조제프는 알코올 중독이 심한 남편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함께 집을 떠나게 된다. 절망한 엄마는 점점 건강이 악화되고 땅에 묻히게 되는 날, 쉬잔은 이제 떠날 수 있을까?


바닷물이 잠기는 불하지에서 엄마는, 조제프와 쉬잔은 왜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조와 만나주는 쉬잔은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감정이 없었을까? 단지 게임이었을까? 식민지에서 백인 빈민으로 사는 느낌은 어떤 걸까? 남편을 잃고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책 제목처럼 태평양을 막는 제방을 쌓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엄마가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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