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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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지는 시간을 뚫고서 마을 거리 집집마다 사람들이 쭈그려 앉아 밥을 먹던 바위들이 커졌다. 문지방도 높아지고 커지기 시작했다. 왕성하던 나뭇잎은 축소되어 새싹으로 돌아가고 건장하던 소는 송아지가 되었다. 무덤 속에 죽어 있던 사람들은 전부 세상으로 돌아왔다.

쓰마란은 이렇게 미지근한 차 같은 자궁 안에서 은 바늘이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아주 맑고 미세한 웃음을 지으면서 자궁 밖의 세상과 대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시험 삼아 머리를 세상으로 내밀어보았다.

삶과 죽음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보다. 죽음과 탄생이 하나이듯이. 탄생과 죽음 사이에 삶이 존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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