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 교유서가 소설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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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눈이 온다』라는 산문집으로 처음 접했던 한지혜 작가의 신작소설집인줄 알았는데 ㅋ 2004년에 작가의 첫 작품집이었던 『안녕, 레나』의 개정판이었다. 총 아홉 편의 단편들이 들어있다. 지금 읽어도 전혀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그땐 IMF로 살기가 힘든 청춘들이였고 지금은 COVID-19로 힘든 청춘들로 바뀌었을 뿐, 청춘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외출」은 비정규직의 고구마 천개 먹은 날의 연속으로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자신의 행동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슬기를 통해서 세상을 멋지게 속인 줄 알고 있지만 오히려 세상이 슬기를, 그녀를 이용만 하는 바보, 멍충이, 천치라고 자각하게 된다. 출근 할 곳 없는 날, 외출했다가 길을 잃어, 잘 모르는 길을 종일 헤매다 온 기분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사표를 써놓고 매일 출근한다는데 그녀는 가끔 유서를 쓴다. 다양한 죽는 이유를 대면서.


「자전거 타는 여자」는 일곱살 때 옆집 노인의 죽음을 보고 토를 한 사건으로 죽음을 더럽고 추한 것으로 기억에 남아서인지 누군가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면 역류하는 위액의 씁쓸한 맛을 느끼곤 한다. 무엇에 그렇게 반응하는 것인지 그녀는 스스로를 의심한다. 죽음 때문이었을까? 늙음 때문이었을까?


마지막 표제작 「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는 한지혜 작가의 전생을 얘기하는 건 아닐까?라고 느꼈다. 윤회라는 것이 있어서 이야기꾼이었던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현생에서 글을 쓰는 작가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작가의 전생을 본 것 같다.


첫 산문집도 너무나 따뜻했었는데 소설집 단편들도 지금의 시간을 힘들게 지나가고 있는 모든 청춘들을 위로하려는 작가의 작지만 따스함으로 토닥토닥 해주는 손길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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