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 을유세계문학전집 112
요시야 노부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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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야 노부코(1896~1973)는 가부장적인 근대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주체적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신선하고 자유로운 여성상을 보여주는 글들을 쓴 작가이다. 소녀소설이라고 해서 나는 80년대 유행했던 하이틴 로맨스랑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좀 결이 다르다.

물망초에는 고등여학교(지금의 여자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세 명의 여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공부보다는 낭만을 쫓는 온건파 아이바 요코, 닉네임이 로봇일 정도로 공부만 하는 강경파 모범생 사에키 가즈에, '나는 나, 양귀비는 양귀비'라는 생각을 하는 개인주의자 유게 마키코가 있다.

갑자기 마키코를 자신의 생일 파티 초대한 요코의 아버지는 재계의 거물이다. 대학교 교수인 마키코의 아버지는 기부금을 약속받기 위해 마키코에게 요코의 초대에 응하라고 강요한다. 어른의 갑과 을의 모습이 학교 친구인 자식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요코는 자기 때문에 초대에 응한 거라 생각했는데 마키코는 사실 아빠의 기부금 때문에 온 거라고 곧이곧대로 말해버린다. 사춘기의 시간이었을 텐데 요코는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 가즈에가 놓고 간 손수건을 갈가리 찢는 그 마음. 얼굴이 벌게졌을 요코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마키코를 좋아한다는 요코, 마키코에게 선물을 받고 진지해지는 가즈에. 방황하던 마키코는 동생 와타루의 어떤 사건으로 요코와 절교를 하게 되고. 마키코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귀남이와 후남이(드라마 아들과 딸)로 대표되는 그 시절이 우리에게도 분명 있었으니까.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 영원한 사랑'이다. 영원한 사랑이 있으리라 믿었던 소녀 시절이 끝났지만 그때의 마음은 여전히 나를 잊지 말라며 손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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