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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5월
평점 :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따스하게 얘기해 주는 작가, 오가와 이토가 새롭게 들려주는 앞이 보이지 않는 토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토와는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토와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집 앞 정원에 향기를 지닌 나무를 심어주고 '토와의 정원'이라고 불러 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 마음속으로 '수요일 아빠'라고 부르는 생필품을 가져다주는 분이 있었고 엄마는 토와에게 시를 읽어주고 음식과 옷을 만들어 주고 단둘이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며 토와에게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약'을 먹이기 시작한다. 평화로웠던 토와의 삶은 이제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기저귀를 차고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수면제의 용량도 한 알 한 알 늘어만 가고 있었다.
열 살 생일날, 원피스와 초콜릿 케이크를 선물로 받은 토와에게 엄마는 최고의 생일 선물을 하려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일 좋아하는 엄마와 외출을 한다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듣는 세상의 소리에 노출된 토와는 너무너무 두려운 나머지 사진관에서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감각이 없는 토와에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를 기다리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무릎 뒤까지 자라는 시간이 흐른 후 엄마를 잊기로 마음먹고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알콩달콩 모녀의 삶으로 시작해서 버림받고 기다리다 지쳐가는 시간에 너무너무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 토와가 세상에 내딛는 그 첫 발에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었다. 부조리한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살아야 할 이유는 살아있음으로 세상이 들려주는 노랫소리와 향기와 다양한 이야기에 기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내가 잠이 들 때면, 엄마는 항상 이 시를 내게 들려주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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