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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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 퍼킨스 길먼(1860~1935)은 1884년에 결혼했다가 1888년 별거를 선택하고 1894년에 법적으로 이혼을 한다.


시대를 앞서 나간 여성들이 있는데 샬롯도 이혼과 별거가 금지된 시대에 파격적인 선택을 한 여성이었다.



신경 쇠약증 치료법으로 처방된 휴식치료법은 외부자극을 극도로 금지하고 두뇌 활동을 하루 최대 두 시간으로 제한하고 살아있는 한 절대로 펜을 잡지도 말라는 처방을 받았던 작가 자신의 경험담을 작품에 녹여 낸 자전적 소설이다.



권위 있는 의사인 존은 내가 병들었다는 것을 부정한다. 몸보신, 여행, 신성한 공기, 운동 등을 처방하고 완전히 건강해질 때까지 모든 '일'을 금지당한다. 글쓰기도 금지 당해서 몰래 일기를 쓴다. 하지만 존은 상상하는 것조차도 최악의 행위라고 비웃는다. 치료를 핑계삼아 대저택에 감금된 듯 보이는 나는 하루종일 방안에 있게된다. 그 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바로 벽을 보는 것이다. 누런 벽지로 둘러 쌓인 벽을 보고 그 벽지 무늬 뒤에 갇혀 있는 여성의 환영을 보게 되고 점차 벽지를 벗어나서 기어다니는 여성의 환영을 보게 된다.



첫 번째 일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도 함께 누런 벽지의 무늬를 상상하기 시작하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두 번째, 세 번째 일기를 지나면서 괜히 방 안의 벽지를 쳐다 보게 된다. 마지막 열한 번째 일기에서 밧줄을 몸에 걸고 쓰러진 남편의 몸 위로 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면서 묘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부인을 비웃는 권위적인 남편의 기절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멀쩡한 사람도 방안에서 하루종일 벽만 바라보고 있으면 벽지의 무늬를 보게 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모든 '일'을 금지하는 게 어떻게 치료법으로 처방되었을까?



거의 모든 의사는 남성이었을 것이고 여성은 연약한 존재로 보호 받아야 한다는 그 시대의 사회상이 치료법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160년 전의 당찬 샬롯 퍼킨스 길먼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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