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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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자의 딸》은 처음 접하는 베네수엘라의 이야기이다. 추리소설인 줄 알았던 이 책은 너무나 가슴 아픈 진실이 묻혀있는 소설이었다. 내 눈앞에서 망가져 가는 내 나라를 보는 그 심정은 어떨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무법천지의 춘추전국시대의 죽고 죽이는 시대가 생각난다. 그건 아주아주 먼 옛날이었는데 바로 지금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가 있다니.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의 《스페인 여자의 딸》은 국제 도서전에서 주목을 받아 출간 전부터 여러 나라로 판권이 팔리고 번역되어 출간 중이며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국제문학상 등 여러 가지 상에 후보로도 오른 수작이다.

첫 문장. '엄마를 묻었다.'
아델라이다는 엄마의 장례식을 치른 얼마 후 외출에서 돌아온 아델라이다는 혁명의 아이들에게 빼앗긴 집을 보게 된다. 철저히 혼자가 된 아델라이다의 옆집에는 스페인 여자의 딸이 사는데 언젠가부터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 집 문을 열어보는데 문은 열려있고 그녀는 죽어 있었다. 탁자 위에 뜯지 않은 우편물 중 카라카스의 스페인 영사관에서 보낸 우편물과 스페인 국기 도장이 찍힌 스페인 정부에서 연금 지급을 위해 아우로라의 어머니, 훌리아 페랄타의 생존 증명서를 요청하는 통신문이었다. 아우로라 페랄타는 죽었지만, 아델라이다는 아직 살아 있다.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보안관'과 그 일당들은 공포 정치를 자행하는 정부에 헌신하고 그 대가로 막강한 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자들이다. 무자비한 살상은 이미 일상이 되어 버렸다. 언제 어떻게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가 되어버린 베네수엘라. 아무도 원하지 않는 볼리바르 화폐는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고 유로만 거래된다.

1980년대 국제 유가 폭락으로 경제 공황 이후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던 차베스 정권으로 무너질 대로 무너져버린 경제 상황으로 살인율 1위를 기록한 베네수엘라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폭력과 살인이 일상이 되어버린 수도 카라카스에서 아델라이다 팔콘이 들려주는 베네수엘라 탈출기는 너무나 처참하다. 그래서 아델라이다의 탈출을 응원하고 손에 땀을 쥐면서 읽게 된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당신에게 권해드립니다.


엄마를 묻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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