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부산 영도에서 훈과 양진의 딸로 태어난 선자와 하숙생이었던 인연으로 이삭과 결혼하고 오사카에 터를 잡고 재일한국인이 되는 선자와 이삭으로 시작해서 노아, 모자수(모세), 솔로몬까지 이어지는 4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이카이노는 일종의 잘못 만들어진 마을이었다.
"이곳은 돼지들과 조선인들만 살 수 있는 곳이야."
요셉이 웃으며 말했다. 1권 p.160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시작해서 80년에 걸쳐 살아가고 있는 재일한국인의 아픈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몰랐다. 그들의 삶이 이렇게까지 바닥을 치는 아픔이었을 줄이야. 교과서에서도 뉴스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살아있는 삶의 역사였다. 하지만 그들은 역사에서 잊힌 사람들이었다.

"야쿠자는 일본에서 가장 더러운 인간이에요.
더러운 오명은 절대 씻어낼 수가 없어요." 2권 p.123

노아가 왜 선자를 떠나서 일본인으로 살아갔는지 정체가 들통날까 봐 두려움에 떨다가 마지막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가 처한 상황이 이해가 된다. 철저한 일본인이 되고 싶었지만 한국인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을 테니.

"모자수는 인생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하는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게임" 2권 p.95

차별을 받는 노아는 공부를 선택했고 모자수는 폭력을 선택했다. 차별의 역사였다. 혐한이 아직도 일본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살기 위해서 일본 국적을 취득했어야 했던 재일한국인들. 하지만 계속되는 차별과 한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좌절했을까? 생각만 해도 먹먹해진다.

"여자는 어린 소녀로, 아내로, 엄마로 고생하다가 죽는다는 소리였다." 2권 p.279

양진과 선자와 경희가 중심으로 들려주는 여성 서사의 이야기가 가슴이 아프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책의 첫 문장. 왜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하는지 이제는 이해한다.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 차오른다.
5월엔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8월엔 이민진의 <파친코>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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