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장소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미셸 포르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984BOOKS 『아니 에르노 컬렉션』 중 세 번째 책, 「진정한 장소」는 버지니아 울프와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감독 미셸 포르트가 그녀가 글을 쓰는 장소인 서재에서 아니 에르노를 인터뷰 촬영한 것을 정리한 인터뷰집이다.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는 글을 쓰는 작가의 진정한 장소는 과연 어딜까?

인터뷰를 통해서 그동안 발표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아니 에르노 자신의 삶과 그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서 '왜' 그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왜' 우리는 쓰고 읽고 생각해야 하는지, 그녀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무엇인지 들려주고 있다.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의 탄생과 책에 대한 준비작업, 내가 글쓰기에 부여하는 사회적, 정치적, 신화적인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이야기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글의 상상적, 실제적 공간의 주변을 이토록 배회했던 적은 없었다.” p.10

그녀가 자라면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그녀의 작품 배경이 되고 있다.
그녀의 마침표는 한시적이다. 자신의 삶을 쓰는 작가에게 마지막 문장이란 일반적인 소설의 그것과는 다른 것일 테니.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에서 강바닥에서 꺼낸 돌 같은 구체적인 감각으로 치환시키기 위한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그녀 자신의 삶의 장소들을 작품의 배경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가 여성이기에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전 세계와 프랑스에서 전쟁 후부터 1980년 사이에 일어났던 변화들 중에서 특히 여성들에게 일어났던 변화들을 놀라워하며 지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자신의 내부와 외부에서의 시간의 흐름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시대에 대한 작가의 기억은 50년 동안 제 세대의 남자들과 여자들을 놀라운 방식으로 뒤흔들었던 이 변화를 제대로 파악해서 써야 했던 책이었다.

변화는 사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 언어에도 있고, 미래를 보는 시각조차 달라졌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공동의 경험으로 나아가는 글쓰기는 한 장면 한 장면 너무나도 생생하다.

'왜'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만드는 작가다. 우리는 왜 읽고 쓰고 생각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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