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수문장
권문현 지음 / 싱긋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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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수문장이라고 해서 골키퍼를 떠올렸는데 아니었다.

호캉스가 유행하는 요즘, 호텔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사람. 벨보이에서 호텔리어로, 도어맨에서 전설의 수문장이 될 때까지 호텔밥 44년을 묵묵히 지켜낸 권문현님의 인생 이야기, 아니 그의 몰아서 쓴 일기들을 들여다보자.

<당신과 나의 인연>, <門, 問, 聞 그리고 Door>, <일을 한다는 것>, 세 파트로 나눠서 호텔 인생을 들려주신다.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추운 곳에서 일해야 하고 하루에 500번 이상 인사를 해야 하는 호텔리어의 근무조건은 녹녹치 않다. 자식이 부모의 삶을 닮고 싶다는 건 최고의 칭찬일 것이다. 그러나 힘든 길임을 알기에 단칼에 안 된다고 했으리라. 

호텔 문 앞에서 처음과 끝을 함께 하는 도어맨의 노하우는 디테일에 있었다. 300~400여 개의 자동차 번호를 외우는 세심함과 택시를 타는 외국 손님들의 내비게이션 행선지까지 확인하고 차 문을 닫는 책임감에 있었다. 손님은 왕이 아니고 손님은 손님이라는 말엔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1977년 입사해서 36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후 인적서비스를 담당하는 회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고 일하던 영역에서 그대로 계속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둥근 돌이 조금 더 멀리 굴러가는 것이리라.

한 직장에서 첫 근무를 시작으로 정년퇴직이라는 단어를 보기 어려운 세상이 왔다. 어찌 보면 이직을 해야만 하는  후배들에게 권문현님의 인생 이야기는 라떼로 치부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온 그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가는 모든 감정 노동자들에게, 당신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어깨를 토닥여 주는 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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