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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원한‘과 ‘사랑‘ 그 사이를 유영하는 사람들
보통 인간관계는 결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맺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 닮지 않은 부분이 많은 사람들의 상성이 더 잘 맞는 경우도 생긴다. 뢰이한의 딸, 보애와 나의 엄마의 사이가 그렇다. 닮은 점이 없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관계. 하지만 관계라는 것이 그렇듯 거리가 멀어지면 그 끈이 끊어지기 마련이다. 필연에 의해, 우연에 의해 다시 만나게 되는 인연도 부지기수다. 이 이야기도 보애와 엄마의 서사에 들어간다. 사람은 서로서로 사랑하고, 보듬고, 베풀다가 어느 한 국면에 이르면 척을 진다. 서로를 미워하고, 오해하고, 원한을 가지게 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지만,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강화길 작가님이 책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마음속으로 이해했지만, 손으로는 풀어내질 못하는 내가 답답하기도 하다. 책에서는 약자들이 계속 등장한다. 그리고 원한에 사무친 영혼들도.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에 무너지는 사람도 등장한다. 그 인물은 뢰이한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고향을 다시 되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죽고 만다.
과로사,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였겠지.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산다고 드러내고 싶었겠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그 여자를 위해서 고향을 만드려고 하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는 죽으면서 박지운을 미워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 많은 사건을 다 겪고도 그는 그곳에서 박지운을 위해 자신의 고향을 만들어 그녀에게도 고향을 만들어 주고 싶어 했으니. 하지만, 박지운은 하나뿐인 딸 보애에게 관심이 없다. 사랑을 주지 않는다. 자신만을 사랑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허무하게 떠나보내고 딸에게 사려깊은 사랑을 내비칠 줄 모른다. 그렇게 자신을 무장했던 것일까? 그리움에 사무쳐 그게 한이 되었을까? 그래서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원한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사랑을 얘기하는 이 소설이 나는 너무 서글펐다.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 하지만 그 사랑이 모든 것을 지켜 주진 않는다. 전부 영원하지 않다. 한정적인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은 기분이다. 인간의 삶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모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