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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기린
가노 도모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읽어내려간 책이다. 제목만큼이나 표지도 무언가 모르게 섬뜩함을 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작가 《가노 도모코》의 작품이나 작가는 처음 접하는 터였다. 그래서 내심 기대와 궁금증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독특한 제목인 「유리기린」이라는 작품은 제48회 일본추리작가 협회 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상을 준 작품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음은 분명하다. 또한, 나에게는 첫 작가의 작품이기도 했기에 설렘으로 읽어내려 갔다. 이 책의 제목인 「유리기린」의 의미는 주인공인 ‘안도 마이코’가 쓴 동화를 말한다. 내용인즉슨 책 제목과 그대로 유리로 만들어진 어떤 세계에 기린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리가 투명하고 깨끗하지만 쉽게 깨져버리는 단점이 있기에 유리기린이 동화에서 자신을 비추어주는 거울처럼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유리기린」의 이야기는 조금 독특한 방식이었다. 책 제목을 보면 각자 독립된 이야기로 전개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읽다 보면 하나의 연결고리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한 사건을 중심으로 각자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하나의 단편이 끝나는가 싶지만,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마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추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시점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앞에서 언급한 ‘안도 마이코’는 살해당하게 되고 그 사건으로 ‘안도 마이코’의 이야기를 친구 나오코의 아버지의 시선으로 보여주기도 하며, 죽은 이후에 담임 선생님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학교의 종업식 풍경과 교실, 그리고 개학을 앞두고 일어난 사건, 마이코의 편지를 받은 학교 선배, 마지막으로 범인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이야기로 단편처럼 이야기의 흐름이 전개되지만 결국 하나의 매듭처럼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열쇠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각자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사건의 전말을 하나씩 맞추어 가면서 읽는 추리와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예민한 사춘기에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는지를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이 살인으로 시작했기에 또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궁금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생각보다 어둡지 않고 밝게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또 다른 동화로 반전을 안겨주기도 했기에 미스터리 사건을 청춘들의 입맛에 맞게 잘 그려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 이 작품처럼 하나의 사건으로 다른 시점으로 보여주는 형식의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작품은 결과적으로 어둡게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유리기린」은 어두운 분위기로 시작하여 점차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 내려는 작가의 노력이 느껴진다고 말하고 싶다. 청소년기에 혹은 사춘기에 예민하기도 하고 자신을 내비치지 않고 동화로 대신하여 동화 속에 ‘유리기린’을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아 보여주는 이야기는 씁쓸하기도 하였지만, 누구나 거쳐 가는 사춘기에 잠겨 있는 방문처럼 마음마저 닫아 버린다면 자신을 더욱 외롭고 괴롭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이 읽기도 좋지만, 어른이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잘 보여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