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 실크로드 1200km 도보횡단기
김준희 글.사진 / 솔지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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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한다는 것은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 역시 그렇다. 여행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두근거린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혹은 색다른 여행을 계획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우선, 자신과의 싸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신의 의지, 끈기, 인내심 등을 시험해 볼 수 있기에 남들이 선택하지 않는 여행길을 선택하고 힘든 여정이라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모처럼 여행 이야기를 만났다. 하지만, 단순한 편한 여행이 아니다. 여행이라고 해서 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여행’을 하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단순히 편안한 여행이라고는 할 수 없는 여행 이야기를 만났다. 「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라는 책이었다. 그렇다. 여기서 ‘걷다’에 주목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단지 여행을 목표로 가는 것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을 목표로 삼과 끈기, 인내심, 의지 등 내면의 자신과 싸우면서 하는 ‘걷기’ 여행인 셈이다. 

 그가 처음에 걸으면서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했을 때 주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고, 여행의 코스도 계획해서 완주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그는 남들이 차로 이동해야 하는 곳을 걸어서 갔다. 실크로드라 불리는 길의 가운데 사막을 낀 것이었기에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는 도전한 것이다. 몹시 더운 날씨에도 발에 물집과 피가 나면서까지 걷고 또 걸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조금만 더 가면 마을이 나올 것만 같았고 여기서 주저앉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걸었던 것이다. 키질굼 사막을 가로질러 그는 41일 동안 도보여행을 한 것이었다. 실크로드를 1,200Km 도보를 하면서 그와 인연이 닿았던 그곳의 사람들과 지역적 특징, 모습, 환경 등을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기도 하면서 말이다. 

 걷는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1,200Km를 도보로 여행한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역시 여행하기 전 체력을 다지려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 걷기 여행은 체력 싸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의 발길이 닿았던 곳 중에서 ‘부하라’의 지역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어떤 건축물이 멋들어지게 있어 유심히 보던 중 첨탑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건물은 18 ~ 19세기에 사형을 선고받은 죄수들이 이 첨탑에서 뛰어내렸던 곳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그와 함께 걷기 여행을 함께하면서 그곳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인심을 느낄 수 있었고, 나라와 국적은 다르지만 한 민족이라는 느낌을 안겨준 여행 이야기였다. 요즘 사람들은 힘든 일은 하기 싫어할뿐더러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남들이 도전하지 않는 ‘걷기’ 여행을 통해서 나약해진 자신을 강하게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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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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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종족들이 살고 있기나 한 걸까? 문득, 판타지의 영화나 책을 만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과연, 이런 일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라는 생각 말이다. 그만큼 판타지는 또 다른 세계를 인도하는 매력을 가진 장르다. 나 역시, 판타지를 읽으면 나만의 상상의 세계를 머릿속으로 펼친다. 판타지로 말미암아 지금의 세계와 다른 또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큰 기대와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판타지를 읽을 때면 언제나 즐겁다. 

 판타지 하면 생각나는 유명한 책은 늘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런 판타지를 시원하게 날려버린 또 다른 판타지를 만났다.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였다. 참으로 제목이 독특했기에, 어떤 판타지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척이나 기대한 소설이었다. 책을 읽기 전, ‘무르무르’의 의미가 무얼까? 하는 궁금증에 책장은 빨리 넘어갔다. 

 이 소설은 일곱 개의 달인 청록의 달 그린, 적화의 달 레드, 황풍의 달 옐로, 벽파의 달 블루, 수정의 달 크리스털, 강철의 달 메탈, 눈에 보이지 않는 달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일곱 개의 달 중에서 보이지 않는 달에 존재하는 ‘무르무르’라는 종족이 살고 있었다. ‘무르무르’ 종족 중에서 ‘고든’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가 있었다. 그리고 ‘고든’은 우연히 발견한 암컷을 데리고 와서 종족 번식을 하지만, 아이는 하나만 태어난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다가 죽은 암컷으로 ‘고든’은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된다. 그리고 아이의 이름을 ‘스포러’라고 짓고 데리고 다니면서 함께 생활한다. 

 ‘스포러’는 다른 아이보다 약하긴 했지만, ‘고든’이 잘 먹였기에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리고 ‘고든’이 갖춘 능력을 ‘스포러’에게 가르쳐 주기도 하고, 사냥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며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었다. ‘스포러’는 욕심이 많았다. 그래서 아버지 ‘고든’이 가르쳐주는 능력 또한 모두 습득하여 응용할 정도였다. 어느 날, 안전을 위해 ‘모둠’에 들어가기로 했다. ‘모둠’은 여러 종족이 각각 자신의 능력으로 위험으로부터 지키며 자신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서로 도우면서 사냥을 하고,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무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은 ‘모둠’에서 ‘스포러’의 능력으로 ‘모둠’에서 인정을 받아 그들과 함께 생활을 한다. ‘고든’과 ‘스포러’의 목적은 가족을 이루는 것이었지만, ‘모둠’을 통한 사냥과 다른 종족들과의 만남, 그리고 ‘모둠’을 이루는 종족들과 생활하면서 목적이 점차 변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둠’을 이끄는 모둠머리 ‘테라’와 ‘현자’는 모둠을 만든 이유를 흰머리 산으로 가기 위해서라고 듣게 된다. 그리고 그들 앞에 장엄한 여행길이 시작된다. 

 기존의 판타지와 전혀 색다른 이야기를 접했다. 여러 종족이 등장하고, 얽히고 얽힌 이야기들 그리고 ‘고돈’과 ‘스포러’가 풀어가는 비밀이야기가 이 소설의 전개를 재미있고 흥미롭게 진행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책이었기에, 그 기대 또한 컸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첫 번째 달의 이야기가 끝났음을 말해준다. 두 번째 달의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살짝 들었지만, ‘무르무르’ 종족인 ‘고든’과 ‘스포러’의 이야기가 끝났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기다려진다. 오랜만에 또 다른 세계를 여행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판타지를 만났기에 또 다른 세상 이야기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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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한 줌 향기 한 줌 - 정목일 에세이집
정목일 지음, 양태석 그림 / 문학수첩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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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억수같이 내린 소나기가 지나가고 난 뒤 살랑살랑 마음을 흔드는 바람이 불어왔다. 마음속으로는 ‘아! 5월도 이제 다 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6월을 맞이할 틈도 없이 6월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6월을 맞이하며 봄인지 여름인지 알 수 없는 날씨 속에서 에세이 한 권을 곱씹으며 읽어내려갔다. 오랜만에 에세이를 접하기에, 부푼 기대감이 절로 생겼다.

 내가 만난 책은 「햇살 한 줌 향기 한 줌」이라는 에세이집이었다. 이 책은 수필가 ‘정목일’ 작가의 에세이집이라 더욱 그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구성은 모두 3장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1장은 ‘햇살 한 줌’ 이라는 주제로 그 아래 요목조목 소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2장에서는 ‘마음에 새긴 그리운 명상’, 3장에서는 ‘꽃에게 말 걸기’의 제목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각 주제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기에, 책을 읽는 재미 또한 두 배로 안겨 주었다. 그리고 주제마다 곳곳에 자리 잡은 삽화 또한 책을 읽는 재미를 안겨주었기에 선물 같은 느낌이 드는 에세이집이었다. 

 기억에 나는 부분은 2장 ‘마음에 새긴 그리운 명상’이라는 주제로 각각 다른 이야기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았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바람, 꽃, 향기, 산, 구름, 공기 등 자연을 비롯하여 눈과 귀, 코 그리고 피부로 느껴지는 자연의 모든 것을 표현한 느낌이 들었다. 소주제 중에서 ‘바람의 귀’였다. 미국 유타 주에 있는 나바호 인디언 보호 지역에 있는 ‘바람의 귀’는 나바호 인디언들의 성지인 모뉴먼트 벨리는 유타 주 동북쪽에 있으며 나바호 인디언들이 독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바람의 귀’라 불리는 이곳은 바위산이 하늘을 가린 형상이라고 한다. 바위 한가운데가 둥글게 뚫려 있고, 그 구멍 속으로 하늘이 올려다보이는 곳이다. 즉, 인디언들은 하늘의 말에 귀 기울여 살고자 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삶을 찾아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고자 했던 나바호 인디언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 소리, 향기 등을 눈으로 들으려고 혹은 귀로 들으려고 ‘마음의 귀’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서 마음마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바쁜 일상에서 조금의 여유를 가지게 해주는 책이었다. 수필과 수채화의 만남으로 더욱 깊이 있는 에세이집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삶의 깨달음과 맑고 깨끗함을 안겨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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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완벽한 하루
멜라니아 마추코 지음,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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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를 지겹게 생각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지겨움을 다른 무엇으로 달래고자 늘 새로운 것을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에게만 반복되는 일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모두 똑같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마음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없을까? 혹은 하루를 색다르게 보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은 나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경험한 사람의 머릿속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늘 반복의 연속에서 어떠한 사건이 생긴다면, 어떤 느낌과 생각이 들까? 반가운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건’이기에 긍정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사건’이 일어난 하루를 담아낸 책을 만났다. 반복되는 삶에서 반가운 책이었다. 「어느 완벽한 하루」라는 책이었다. 책 제목처럼 하루를 완벽하게 보내는 것일까? 라는 생각해 보았다. 물론, 그런 것이 아님을 책의 첫 장을 넘겨 읽으면서 알았지만. 

 이 이야기는 로마에서 하루 동안에 일어나는 일과 사건으로 전개된다. 하루 동안의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기에, 하루가 무척 길고 많은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진 하루를 다들 제각각 생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 접해 본 ‘이탈리아’의 소설이었고, 작가 역시 처음 만나보는 작가였다. 작가 ‘멜라니아 마추코’라는 작가였다. 그렇기에, 그 기대는 더욱 컸다. 이야기의 시작은 새벽 1시, 카를로 알베르토 가에서 총소리를 듣고 누군가가 신고를 한다. 그리고 경찰은 어떤 범죄가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사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내용은 총소리가 나기 전의 24시간 이전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야기의 중심은 두 가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선, 직업이 경찰인 ‘안토니오 부오노코레’와 그의 아내 ‘엠마’, 그리고 딸인 ‘발렌티나’, 아들 ‘케빈’의 가족과 국회의원인 ‘엘리오 피오라반티’와 그의 아내 ‘마야’ 그리고 딸 ‘카밀라’의 가족으로 두 가족이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 두 가족을 둘러싼 얽히고 얽혀 있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 개인의 일로도 전개되기도 한다. 이런 그들의 이야기는 퍼즐을 맞추듯이 일어나는 사건을 하나씩 맞추어나가는 재미를 안겨준다. 

 두 가족이 축을 이루고 있지만, ‘안토니오 부오노코레’ 가족의 삶은 서민층의 어려운 삶을 살고 있고, ‘엘리오 피오라반티’는 부유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두 가족은 삶은 극과 극이지만 이 책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얽히고 얽혀 있는 이야기, 그리고 개개인의 사연을 읽는다면, 부유한 생활을 하는 ‘엘리오’의 가족을 결코,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 동안에 이처럼 많은 일과 제각각 사연을 가지고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결단코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과 선택을 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서고,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며 안타까운 결말일 거로 생각했지만,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탈리아의 소설이라고 해서 어떨지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이탈리아 소설도 재미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이 작가의 작품을 만났지만,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었다. 일상적인 하루를 색다르게 표현했고, 극과 극의 두 가족의 이야기를 사건과 개인적인 일로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전개되는 이야기에, 삶에 대해서 혹은 무심코 지나가는 하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 책에서의 하루가 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로마나 내가 사는 곳에서의 모습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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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에 달 뜨면
백동호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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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현재 IT강대국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보급의 최고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나라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과 서러움을 안고 살아가는 국가라는 생각이 든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통치하에 많고 많은 고통을 겪으며 살았기에 사건, 사고 또한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지금의 자유적이고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기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일본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나에게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보리밭에 달 뜨면」이란 책을 만나고 나서 일본의 잔인함과 독재적인 모습에 할 말을 잃게 한 책이었다. 이 책은 단지 소설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 당시의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해 주었기에, 사실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보릿고개’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전혀 상관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은 ‘소록도’ 섬에서 일어나는 생체실험 이야기다. 너무 섬뜩함을 안겨주었기에, 책을 읽는 동안 일본의 모습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 

 이야기는 일제강점기에 나병환자 또는 나환자들을 소록도로 잡아 가두어, 그곳에서 생활하게 한 후 한 명씩 생체실험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나환자’라 함은 일명, 문둥병을 앓는 사람을 일컫는다. 한 때 문둥병 때문에 콧대가 녹아 내려앉고, 손이 뭉툭하게 손가락이 하나씩 사라지는 병이다. 눈썹도 차츰 사라져가는, 겉모습이 보기 흉해지는 병이었다. 그리고 나환자 집단을 일컬어 ‘마루타’라고 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교도소에 갇힌 주인공 ‘한상혁’의 옆방에 있는 ‘정채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상혁’은 부유한 집 손자였다. 어느 날, 나환자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진찰을 받고 와서 나병환자로 생활해야 했다.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자 다락방에서 밖으로 나올 수도 없었고, 어머니께서 차려주시는 밥을 다락방에 숨어서 먹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문둥병은 어린아이나 갓난아기를 먹으면 낫는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물론, 근거 없는 소문이었다. 그 이후로 마을에서는 어린아이와 갓난아기가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할아버지께서 알고 중개인에게 부탁하여 오갈 데 없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온다. 하지만, 차마 그 아이를 죽이지 못하고 어머니의 친정으로 보내 키우게 된다. ‘한상혁’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비추어 보고 충격을 받고 집을 나가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소록도에 도착하여 일본인 원장 ‘수호’의 야심과 독기가 깔린 소록도에서 사건이 생긴다. 그리고 소록도에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유부녀와 사랑에 빠져 이야기는 점점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소설은 참으로 충격적인 소설이었다. 책에 나오는 신문 보도 내용과 참고한 자료들은 사실적인 내용이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는 더욱 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문둥병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런 속 깊은 사연이 담겨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환자를 생체실험으로 쓰는 일본인의 독재적인 모습과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그들은 거침없이 이 책에서 하고 있었다. 주인공 ‘한상혁’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제각각 사연이 있었고, 안타까운 사연에 마음이 답답해져 왔다. 이미 지난 과거이지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용서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일본인에 대한 심판은 내려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꺼져가는 생명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그들의 악랄함과 잔인함에 책을 읽는 동안 눈살을 찌푸리며 읽었고, 이 책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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