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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한 줌 향기 한 줌 - 정목일 에세이집
정목일 지음, 양태석 그림 / 문학수첩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억수같이 내린 소나기가 지나가고 난 뒤 살랑살랑 마음을 흔드는 바람이 불어왔다. 마음속으로는 ‘아! 5월도 이제 다 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6월을 맞이할 틈도 없이 6월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6월을 맞이하며 봄인지 여름인지 알 수 없는 날씨 속에서 에세이 한 권을 곱씹으며 읽어내려갔다. 오랜만에 에세이를 접하기에, 부푼 기대감이 절로 생겼다.
내가 만난 책은 「햇살 한 줌 향기 한 줌」이라는 에세이집이었다. 이 책은 수필가 ‘정목일’ 작가의 에세이집이라 더욱 그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구성은 모두 3장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1장은 ‘햇살 한 줌’ 이라는 주제로 그 아래 요목조목 소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2장에서는 ‘마음에 새긴 그리운 명상’, 3장에서는 ‘꽃에게 말 걸기’의 제목으로 나누어져 있었고, 각 주제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었기에, 책을 읽는 재미 또한 두 배로 안겨 주었다. 그리고 주제마다 곳곳에 자리 잡은 삽화 또한 책을 읽는 재미를 안겨주었기에 선물 같은 느낌이 드는 에세이집이었다.
기억에 나는 부분은 2장 ‘마음에 새긴 그리운 명상’이라는 주제로 각각 다른 이야기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았다.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바람, 꽃, 향기, 산, 구름, 공기 등 자연을 비롯하여 눈과 귀, 코 그리고 피부로 느껴지는 자연의 모든 것을 표현한 느낌이 들었다. 소주제 중에서 ‘바람의 귀’였다. 미국 유타 주에 있는 나바호 인디언 보호 지역에 있는 ‘바람의 귀’는 나바호 인디언들의 성지인 모뉴먼트 벨리는 유타 주 동북쪽에 있으며 나바호 인디언들이 독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바람의 귀’라 불리는 이곳은 바위산이 하늘을 가린 형상이라고 한다. 바위 한가운데가 둥글게 뚫려 있고, 그 구멍 속으로 하늘이 올려다보이는 곳이다. 즉, 인디언들은 하늘의 말에 귀 기울여 살고자 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삶을 찾아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고자 했던 나바호 인디언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 소리, 향기 등을 눈으로 들으려고 혹은 귀로 들으려고 ‘마음의 귀’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서 마음마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바쁜 일상에서 조금의 여유를 가지게 해주는 책이었다. 수필과 수채화의 만남으로 더욱 깊이 있는 에세이집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삶의 깨달음과 맑고 깨끗함을 안겨줄 것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