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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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행복이 불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모습이 모두 다른 것처럼 살아가는 모습이나 주변 환경은 같을 수가 없다. 사람의 얼굴이 비슷하거나 닮은 것처럼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살아가는 모습 역시 비슷하거나 닮은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정으로 보나 결과적으로 보나 한 사람의 인생이나 주변 환경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은 소중하고 누구나 행복을 누리고 살 수 있으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게 되는 것 같다.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예기치도 못한 병으로 자신의 삶의 끝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절망과 동시에 살아가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자신의 환경이 넉넉하지 못하다면 더욱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냉혹한 법이니까 말이다.

 오랜만에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작가 조정래 선생님의 말씀처럼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합니다.”라는 문장이 몇 번이나 마음과 머릿속에 박혀 버렸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정래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생각할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존재하는 부자와 가난함은 항상 존재한다. 아니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부자여서 행복하거나 가난하다고 해서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난 속에 절망적인 상황이 플러스 되면 불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1970년대 시대적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가난한 환경과 서민의 생활이 그 당시에 어떠하였는지를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 ‘복천’을 보며 보이지 않는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에 안타깝기만 했다. 무엇보다 1970년대의 모습이 저러했다는 것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복천’은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농사꾼 생활을 하던 중 부인이 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병원비와 약값과 생활고에 시달려 논도 팔게 되고 결국 남의 소까지 빌려서 몰래 팔게 된다. 그렇게 소를 판 돈으로 자식과 함께 서울로 야반도주를 선택하게 된다. 그 상황에서 ‘복천’은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서울로 왔지만 낯선 곳에서 갈팡질팡하던 중 고마운 떡 파는 아주머니를 만나서 임시 거처와 함께 판자촌에 들어가게 된다. 서울의 야박한 인심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일을 알아보지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그들은 안타깝게 지켜보던 떡 파는 아주머니가 땅콩장사를 권하게 되고 점점 안정된 생활을 시작하던 무렵 손수레를 도둑맞게 되고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준 떡 파는 아주머니는 연탄가스로 가족 모두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 사건으로 잠시나마 충격을 받지만, 자신도 가족을 지켜야 했고 살아야 했기에 칼을 갈아주는 일로 다시 일을 시작한다. 시골의 인심과는 다른 서울 사람들의 인심에 혀를 내두르게 되고 가난은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속임수를 쓰는 나쁜 마음을 먹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에 알았던 여자를 보게 되고 그 여자를 보는 순간 지난 과거의 기억들과 함께 당했던 일도 함께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라는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는 과거이겠지만 과거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더욱이 가난은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이 되었던 1970년대에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나 환경으로 삶에서 아주 희미한 불빛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가난으로 설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했던 그때 그 시절 그들의 마음을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조금이라도 알 수 있고 느껴질 것이다. 비록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많은 부분을 다 알지 못하지만 「비탈진 음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어쩌면 지금도 누군가는 ‘복천’처럼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가난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존재하고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결코,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없고 실제로 존재했을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에 국가가 성장하면서 그 성장통과 고통을 겪는 것은 과연 누구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덧붙여 누구를 위한 희생인지도 생각해 본다면 결코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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