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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희정 옮김 / 지혜정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헤어짐과 이별은 어쩌면 한순간에 예기치도 못한 채로 찾아오기에 그 고통과 슬픔은 두 배로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지금까지 사람과 사람의 연결된 고리는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아픔으로 서서히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이별 혹은 헤어짐이 자신에게 찾아왔을 때 머리에는 온통 혼란스러운 생각들로 가득 차 버릴 것이다. 더욱이 그 헤어짐이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서 누군가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갈등으로부터 시작되어 결과적으로 그 만남은 헤어짐 그리고 이별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고 지금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미래에 다가오는 사랑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사랑에 대해서 충실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느 날 문득 나 자신도 모르게 사랑이 찾아오는 것처럼 이별도 그렇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이별의 크기는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이 이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해서 그 이별의 크기가 작거나 크거나 하는 기준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이별과 받아들일 수 있는 이별의 정도는 이별을 경험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고 많은 이별 중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연애하고 사랑을 하며 결혼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면 가족 혹은 가정이라는 새로운 보금자리가 생겨난다. 서로서로 의지하며 부부로 살아가면서 자식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혼 생활을 하면서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싸움도 할 것이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하며 아픔과 슬픔, 분노도 느끼게 되겠지만, 서로가 그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끌고 간다면 절대 바라지 않는 ‘이별’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별에 관해서 그리고 결혼에 대해서 구구절절 언급하는 것은 우연히 제목 때문에 읽게 되었지만 「홀로서기」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과 책을 읽으면서 현실에서도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삶이 현실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려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버려진 여자의 마음속의 깊은 내면을 잘 묘사하고 있기에 단순하게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도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이 헤어지자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줄 알았고 결혼생활 역시 누구나 꿈꾸는 평범한 삶을 생각했었던 그녀였다. 그녀의 이름은 ‘올가’였고 올해 나이 서른여덟이었다. 그리고 소중한 그녀의 아이 둘과 결혼 15년 차라는 주부의 타이틀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헤어지자고 느닷없는 말을 내뱉었고 그런 그녀는 일방적으로 그 헤어짐이라는 통보를 인정해야만 했다. 왜냐면 남편에게는 그녀 자신도 몰랐던 다른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의 통보 이후 그녀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마음에는 큰 상처가 되었고 몸은 두 아이를 책임져야 했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기에 자연스레 몸이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 가지의 고통을 한꺼번에 이겨내야 하는 그녀였기에 남편을 향한 그녀의 마음은 점점 증오와 분노 그리고 배신의 감정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아이들 역시나 함께 그 고통을 지켜봐야 했고 아이들도 그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는 어느 날, 집에서 키우는 개가 영문도 모른 채 죽어버리고 심지어 아이까지 아파진다. 그렇다. 그녀는 개가 왜 죽었는지 자신의 아이가 왜 아픈지에 대한 관심이 없을 만큼 남편의 일방적인 이별통보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마음에 곪아 있던 큰 응어리는 키우던 개가 죽음으로써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 큰 상처가 된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던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이별이라는 통보로 상대방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것을 견뎌내고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이 이야기를 통해서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결코,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아니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고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것이 아닌 서로 사랑해서 새로운 울타리에서 출발했지만 한 사람의 마음이 변하면서 그 사랑이 깨어지고 울타리도 무너져버린 슬픈 현실에 그 고통을 혼자서 극복하고 견뎌야 했던 그녀의 삶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져 왔다. 때로는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 상황을 그녀가 빨리 받아들이기를 바랐던 마음도 있었다. 이 이야기는 그녀의 심리적 묘사를 상당히 잘하고 있었다. 그녀가 겪어온 내면의 고통을 하나씩 극복하고 이겨내면서 천천히 아물어 가는 마음의 상처로 그녀 자신이 변화하고 마음가짐을 달리한다면 마음도 아름다워지고 겉모습도 아름다워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즉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내면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홀로서기」에서 그녀는 진정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비록 그녀가 아파하는 과정을 보면서 많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은 자신이 만들어 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