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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튼
케이트 모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니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역사의 흔적을 되짚어 볼 때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이상 그 시대를 훤히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근거 자료를 토대로 하여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아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물이나 모습을 볼 때면 그 시대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대변해주고 있고 그 아픔이 아직도 아물지 않았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나라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19세기에서 20세기에 작가는 응어리진 무언가를 소설에 담아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 그리고 로맨스로 역사의 색깔이 짙은 줄 알았던 이 작품은 결코 역사로맨스가 아니었다. 1924년의 여름에 일어난 사건으로 비극은 시작되고 비극이 일어난 곳은 바로 ‘리버튼’이라는 저택이었다. 그렇다. 이 책의 제목이 「리버튼」이었다.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 누군가의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아니면 어느 지역의 지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고 책 제목인 ‘리버튼’은 저택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리버튼’이라는 저택에서 누군가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레이스’는 사건이 일어나던 해에 ‘리버튼’ 저택에 하녀로 일하고 있었다. 그 저택에는 ‘하드포트’일가가 살고 있었고 ‘그레이스’는 어린 나이에 하녀로 삶을 살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98세가 되어버린 백발노인이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녀로 살아가면서 저택에 있는 사람과 또 다른 주인공인 ‘해머’와 ‘에멀린’, 그리고 비극적인 자살을 택하게 되었던 시인 ‘로비’는 ‘그레이스’가 지켜보고 관찰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단지 그들의 모습만 그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마음속까지 그려내고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는 더해졌다.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보여주면서 ‘리버튼’ 저택에서 그들의 삶이나 생활, 그리고 우정, 사랑, 배신, 음모 등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이 작품에 담아내고 있었다. 이야기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이제 할머니가 되어 버린 ‘그레이스’가 자신의 손자인 ‘마커스’에게 들려주기 위해 녹음을 하며 과거의 여행은 시작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의 한 부분도 알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시대에 어떤 모습을 하였고 상류사회의 모습이나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해너’와 그 시대의 사람과 조금 달랐던 자유분방한 사고 등은 그 시대의 풍토나 상류층의 반항심 같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레이스’를 통해서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이 그대로 묻어나는 소설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속에 감추어진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랑, 의문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의 비밀에 대해서 잘 그려내고 있다. 또한, 씨실과 날실이 한데 엉켜 있어 그것을 한 올씩 풀어가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형식의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의 작가처럼 이야기의 초점이나 중심을 어디에 맞추어서 풀어가야 하는지에 따라서 이야기의 흥미가 달라지는 것 같다. 역사 소설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처럼 로맨스까지 가미되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의문의 죽음으로 더욱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책 두께도 생각보다 두꺼웠지만 술술 잘 넘어갔고 무엇보다 ‘리버튼’이라는 저택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과 모습 그리고 과거의 비밀까지 보여주고 있어 그 진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재미도 이 작품의 즐거움이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영화 「천일의 스캔들」이 떠올랐다. 엉뚱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품의 스토리가 닮았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그리고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그들의 삶과 그 시대의 역사를 보여주는 부분이 상당히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다른 이야기와 다른 작품일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두 작품이 머릿속에 서로 교차하여 스쳐 지나갔다. 그들의 인생과 ‘리버튼’ 저택에서 하녀로 일하며 보여주는 상류층의 모습과 비극적인 사건의 비밀을 둘러싸고 있는 「리버튼」은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