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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은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나의 감정까지 모조리 바꾸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쓰는 작가가 어떻게 표현을 했는지 어떤 문장과 어휘를 적절하게 구사하는지에 따라서 작품이 더 현실감 있고 때로는 그 작품에 빠져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심하게 몰입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 몰입은 심한 충격을 주기도 하고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작품과 이야기에 동요가 되어 함께 흘러가기도 한다. 책을 선택하기 전에 제목이나 표지를 우선으로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가끔은 제목이 암시적으로 이야기의 소재를 던져주기도 하지만 표지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작품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작품 중에서 제목과 표지 모두가 궁금한 책을 우연히 보았다. 하지만, 제목과 표지뿐만이 아니라 작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이야기가 더 궁금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에이즈(AIDS)’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많지 않다. 내가 본 영화 중에서는 우리나라 작품으로는 《너는 내 운명》이라는 작품과 외국 작품 중에서는 《굿바이 마이 프랜드》가 떠오른다. 두 작품 모두 이야기의 전개는 달랐지만 ‘에이즈(AIDS)’ 소재를 비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내 머릿속에는 잊을 수 없는 영화로 기억되어 있기도 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영화지만 내가 언급한 두 편의 영화와는 다른 이야기의 책이었고 ‘에이즈(AIDS)’보다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는 충격으로 책을 읽어내려가야만 했다. 「딩씨 마을의 꿈」이라는 제목인 이 작품은 작가가 중국인이었다. 《옌롄커》라는 작가로 중국에서는 출간 직후 판금조치, 발행과 재판, 홍보 등 모두 금지를 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마도 중국에서 최초로 ‘에이즈(AIDS)’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었고 마오쩌둥의 사상과 위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금지했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딩씨 마을’이 궁금했고 그 마을에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차근차근 읽어내려갔다. 이 책의 화자는 열두 살의 소년인 ‘딩샤오창’ 이였다. ‘딩샤오창’은 ‘딩후이’의 아들이었고 어린 나이에 독이 들어 있는 토마토를 먹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매혈’이었다. 이것은 국가의 정책이었고 피를 팔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딩샤오창’이 보여주는 아버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딩후이’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즉 돈을 아끼기 위해서 피를 뽑을 때 사용하는 주삿바늘과 솜을 사용한 후에 버리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사용했다. 그 결과 마을 사람은 ‘에이즈(AIDS)’에 걸리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딩후이’를 죽이기 위해 과일에 독을 풀게 되고 안타깝게도 그 독을 자신의 아들이 먹고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된 것은 ‘딩후이’에게는 아버지였고 ‘딩 선생님’으로 불렸던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학교에서 수업 종을 치거나 그 외 학교의 잔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매혈 운동이 시작되었고 피는 샘물과 같아서 뽑으면 뽑을수록 더 많이 샘솟는다는 꼬임에 넘어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그렇게 돈을 모으게 되고 돈에 욕심이 생기면서 다른 사람의 생명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점점 죽어나가고 마을도 점점 몰락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끔찍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욕심으로 일은 더 커졌지만, 결과적으로 피를 뽑아 부자가 된다는 생각이나 인식을 심어준 것은 국가였다는 사실이다. 마치 소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는 현실로 다가왔고 그 현실이 일어났던 곳은 중국이었던 것이다. 피를 팔아 돈을 버는 지독한 사건이 일어났던 이 이야기에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알지 못했던 어둠 속 깊이 묻혀야 했던 이 이야기를 밖으로 드러낸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의 생명, 탐욕, 욕망의 끝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 사건이 실제로 중국의 ‘당좡’이라는 마을에서 실제로 집단으로 ‘에이즈(AIDS)’에 감염된 실화라는 사실에 더욱 섬뜩했고 끔찍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중국으로서는 과거에 저질렀던 자신들의 만행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 이 작품을 판금조치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일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