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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며 사건에서 풀리지 않았던 실마리를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그 실마리를 잡기란 어렵다. 증거나 단서가 모두 지워지고 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당시의 사건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듣기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사건 중에서 아직도 미종결 사건으로 남아 있는 것이 있다면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몇 년 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나 역시 그 영화를 보고 치를 떨어야 했다. 누가 범인인지도 모를뿐더러 비록 영화이긴 했지만 실제로 저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에 충격을 받기도 했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이 생각난 이유는 미종결 사건의 한 예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읽게 된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난 영화이기도 했다.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있는 오대양(주)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 대표 박순자와 가족, 종업원 등 신도 32명이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긴 채 시체로 발견된 사건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한 명도 아니고 32명의 시체가 발견되었음에도 집단 자살의 원인이나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못한 채 사건이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시간이 흘러 1991년에 오대양 사건과 관련 있는 몇 명의 종교신도가 자수하긴 했지만 궁금했던 의문점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여러 가지 논의만 무성했을 뿐. 이 사건을 모티브로 작가 《하성란》 씨가 소설 작품을 쓰게 된 것이다. 책 제목은 「A(에이)」였고 소설을 통해서 처음 접한 《오대양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기에 사건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알아야 했기에 검색을 했고 그 내용은 위에 언급한 것과 같다.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임에도 사건의 진상은 결국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로 끝나버렸기에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A」라는 작품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작품이었고 단지 모티브로 쓰인 이야기였기에 실제 사건과 다른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주인공 ‘나’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그 사건이 일어난 당시 그 장소에 있었고 후천적 맹인이었기 때문에 앞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죽음을 맞이한 그들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자신과 접촉을 한 차가운 손길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던 ‘나’는 어느덧 열아홉 살이 되었다. 시골에 있는 ‘신신양회’라는 시멘트 공장에서 긴 시간 동안 그곳에서 함께 일한 일곱 명의 여자와 그녀들이 낳은 아이들로 그곳에서 아이를 키우며 서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일곱 명의 여자들은 미혼이었기에 아버지 없는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가운데 그녀들이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장은 무리한 사업 확장과 쓰레기 시멘트 파동으로 밑바닥을 치게 된다. 결국, 공장에서 ‘어머니’를 포함해서 24명(여자 21명, 남자 3명)의 시체가 발견되고 ‘자의에 의한 타살’로 사건은 마무리 짓게 된다. 결국, 남은 것은 아이들이었다. 나중에 다시 이 아이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게 되고 자신을 낳아준 그녀처럼 그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남자에게 접근하기도 하고 주홍 글자 ‘A’가 인쇄된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오랜 시간 ‘신신양회’의 사건을 조사하던 ‘최영주’ 기자가 그녀들의 과거일과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남자에게 접근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소 충격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A’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오대양 사건》을 소설로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A’의 의미가 간통인지 아니면 ‘아마조네스(Amazones)’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독자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또한, 그녀들이 자신을 태어나게 해준 그녀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접근을 해서 그 남자들의 아이를 낳고 생활하는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 「A」는 그 어떤 의미도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이 이야기를 읽고 제목에 대한 의미는 독자에게 던져주며 독자의 몫이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 사건에서도 경위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도 명확한 결말을 제시해주지 못했기에 아쉬움은 남지만, 그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작품이었고 과거의 사건을 한 번 더 되짚어 볼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