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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 - 최갑수 골목 산책
최갑수 글.사진 / 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과거에 겹겹이 붙어 있는 집과 집 사이에 사람 한 명 들어갈 공간의 골목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어린 시절 놀 수 있는 공간과 장난감이 많지 않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옛날의 골목을 기억해본다. 세상이 많이 변화하고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이제는 그 골목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진 세상이 되었다. 즐비하게 솟아있는 아파트와 현대식 건물의 세련미가 넘실거리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의 21세기 모습에서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처럼 골목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된 그의 작품이다. 《최갑수》 씨의 사진 에세이였다. 처음에 알게 된 책은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과 「목요일의 루앙 프라방」이라는 포토 에세이를 읽으면서 작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감성을 자극하는 글과 눈으로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그의 사진은 보고 또 봐도 늘 새롭게 느껴진다. 그런 그가 다시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제목의 포토 에세이를 출간한 것이다. 표지부터 매력적인 책은 절로 눈길이 갔다. 이번 작품은 각 지역에 숨겨진 골목을 찾아다니며 그 마을의 한 부분을 소소하게 보여주는 골목 구석구석을 찾아 나선 것이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골목을 찾기란 어려웠을 법할 텐데도 그는 지역마다 숨겨진 골목의 이야기를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사진과 글로 과거를 추억하게 해주었다. 현대 사회의 모습은 세련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된 것이 매력이라면 세월의 흔적을 듬뿍 보듬고 있는 골목의 매력은 골목길에 나 홀로 피어 있는 한 송이 꽃이나 풀 한 포기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벽면에는 시멘트로 바른 빛바랜 회색 빛깔의 색깔과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벽면에 금이 간 흔적, 그리고 울퉁불퉁한 길은 세월의 닳고 닳음을 말해주듯 많이 깎여 있었다. 이처럼 이번 작품의 테마는 ‘골목 산책’이기에 세월이 묻어 있는 옛날의 골목에 변화를 주어 그 지역의 특성이나 마을의 특별함으로 골목을 더욱 생기있고 활기차게 탈바꿈한 곳을 소개하고 있었다. 서울 통의동과 부암동, 진안 백운면 원촌마을, 부산 문현동 안동네, 목포 온금동 다순구미길, 부산 감천2동 태극도마을, 청주 수동 수암골목 등 우리가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골목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골목 산책이라는 테마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제는 잊혀 가고 있는 골목의 모습을 빛바랜 사진처럼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나 마을의 특성을 고려해서 특징 있게 꾸며 놓았다. 하지만, 저자가 골목을 찍기 위해서 셔터를 눌리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던 그곳 사람들에게는 저자가 경계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을이나 동네라는 테두리 안에서 낯선 누군가가 자신들만의 공간을 담아가는 것을 고운 시선으로 볼 리가 없었다. 그렇게 힘겹게 담아낸 정겨운 골목의 사진이라서 더욱 아끼면서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골목의 구석구석을 보면서 느낀 것은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과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었기에 《최갑수》 씨의 다음 포토 에세이가 기대되고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