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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필립 마이어 지음, 최용준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느 나라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일어났던 전쟁으로 아직도 아픔을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얼마 전 M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봤던 기억이 난다. 6·25 발발 60주년을 맞이해서 특집극으로 방영하고 있었다. 《노근리는 살아 있다.》라는 주제로 그 당시의 상황이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아직도 그 아픔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방송을 보고 안타깝기도 했고 그들의 아픔을 다시 들추어내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아직도 그런 아픔이 남아 있는 곳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몰락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책을 읽게 되었다. 「아메리칸 러스트」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이 책의 배경은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주에 위치한 부엘이라는 작은 철강 도시는 한때 아메리칸 드림을 대표하는 부유한 곳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몰락한 미국 철강 산업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찾지 못할 곳이라고 한다. 그런 마을에서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나가고 가난과 절망이라는 틀에 갇혀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사고가 일어난다. 우발적인 사고였고 그 사고는 살인 사건이었다. ‘빌리 포’는 풋볼 선수였지만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고 ‘잉글리시 아이작’은 마을에서 천재라고 불릴 정도로 똑똑했지만, 어머니의 자살과 아픈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이 둘은 친구로 지내던 중 ‘빌리 포’는 위기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그 상황에서 ‘잉글리시 아이작’은 ‘빌리 포’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이 사건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모호해진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위기에 처한 빌리 포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잉글리시 아이작과 살인 동기 유발은 빌리 포에게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우정과 진실을 놓고 갈등을 겪게 된다.
이 책의 저자 《필립 마이어》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찬사는 대단했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찬사는 단지 찬사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묘사와 상황,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인간의 어두운 부분까지 잘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살인 사건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지만 마을에 사는 주변 인물 역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 자신의 상황이나 모습, 내면적인 심리 등을 보여줌으로써 가난과 절망으로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의 모습은 읽는 입장에서 씁쓸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꿈이 있었던 그들은 꿈을 포기한 채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는 모습이나 그들의 내면에 저마다 지니고 있는 상처와 절박한 상황에 놓였을 때 보여주는 심리묘사는 날카로웠다. 이 책을 다 읽고 표지에 있는 녹슨 못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아마도 녹슨 못이 담고 있는 의미는 가난과 절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