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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선하지만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선과 악이 존재한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악을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그 악을 숨기고자 해서 숨기는 것도 아니며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궁지에 몰렸을 때 어김없이 드러나는 것이 아마도 인간의 욕망 중에서 ‘악(惡)’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는 선과 악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기시 유스케》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작품은 「검은 집」이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원작이었던 소설 역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13번째 인격」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기시 유스케》의 대단함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된 그의 작품 중 「크림슨의 미궁」이라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이 작품은 ‘미궁’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제목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크림슨’의 의미는 심홍색, 핏빛을 의미한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버려져 황무지에서 눈을 뜨게 된 ‘후지키’는 자신이 어떻게 그곳에 왔는지조차 모른다. 전혀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황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헤매던 중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 여덟 명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을 포함해서 총 9명이 황무지에서 서로 죽이며 단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단지 황무지라는 것만으로 어딘지도 모르고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여덟 명과 함께 죽음의 게임이 시작되고 동서남북 방향으로 비롯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찾아서 그것을 단서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씩 얻게 되는 아이템은 소중한 정보일 수도 있으며 함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점점 밀려오는 심리적인 공포와 불안에 극한 상황만 이어지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배를 채워야 한다는 것을 직시한다. 주변에 식물을 비롯하여 동물, 곤충도 존재한다. 누구나 극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의도하지 않는 악한 본성이 드러나는 법이다. 그것은 감출 수도 없거니와 목숨이 걸려 있다면 그 욕망은 더 불타오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읽었던 「헝거 게임」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지막에 한 명만 살아남는다는 소재가 비슷했다. 그리고 이 작품과 아주 흡사한 작품으로는 우리나라 영화 「10억」이라는 작품이었다. 그 작품을 보면서 ‘생존’에 대한 처절한 인간의 몸부림과 욕망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그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이 작품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잔인하면서도 심리적으로 전해지는 공포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가려진 본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