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김희경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5월

　혼자 있을 때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현실의 높은 벽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기에 훌쩍 떠나지 못하는 현실에 낙담하곤 했었다. 지금도 그렇다. 기회만 된다면 혼자만의 여행도 좋고 친구와의 여행도 좋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늘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여행이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여행에 관련된 책은 넘쳐난다. 하지만, 여행기 중에서도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여행 책을 발견했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이라는 책을 만났다. 여행지 중에서 낯설게만 느껴지던 ‘산티아고’였지만,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아, 나도 산티아고 여행을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었다. 그만큼 매력있는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색다른 여행기에 관한 이야기보따리를 펼친 책이었다. 

　저자 ‘김희경’ 씨는 ‘산티아고’를 순례하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무작정 여행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서 있었고 그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했기에 여행길에 올랐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남동생이 한 명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사고로 말미암아 동생을 보내야만 했다. 예기치 못한 현실 앞에서 그녀는 절망에 빠졌고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서 굳게 마음을 먹고 ‘순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선택한 이유는 ‘한쪽 방향을 향해 800킬로미터가량을 걸어가는, 안전하고 단순한 길’이라는 점이었기에 그저 화살표를 따라서 체력이 닿는 데까지 쭉 걷기만 하면 되는 길이었기에 선택한 것이었다.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지만, 그중에서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에 이르는 ‘프랑스 길’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스페인어 ‘카미노(camino)’는 그냥 ‘길’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이지만 ‘프랑스 길’이 워낙 유명하여 ‘카미노(camino)’가 ‘프랑스 길’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처럼 쓰인다고 했다. 여행길에 오른 그녀는 ‘순례’를 아주 낯설게 느끼고 출발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녀가 생각했던 낯선 ‘순례’는 여행을 통한 깨달음을 찾고자 했던 것도 아니었던 그녀였기에 ‘순례’의 본질적인 것을 서서히 느끼기 함을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순례’라는 길을 떠나는 그녀의 모습과 생각, 느낌이 적혀 있는 이 책을 통해서 나도 ‘순례’라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한 또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과 다른 나라 사람이라서 낯설게만 느껴지던 사람들이 어느새 친구처럼 다정함과 따뜻함으로 다가왔고 여행의 마지막 길에 오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헤어짐이 아쉽기만 했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그리고 내가 가는 여행이 혼자 가는 여행길이기에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던 그녀는 많은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출발할 때의 무거운 마음은 하나둘씩 벗어던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체력을 길러서 ‘산티아고의 카미노’ 여행을 해보고 싶었다. 그곳은 ‘세라피 루트(Therapy Route)’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다음은 어디를 가고 그다음은 어디를 가야 하는지의 고민을 할 필요없이 화살표를 따라 쭉 걷기만 하면 되는 길 ‘산티아고의 카미노’에 발을 내딛고 싶어졌다. 출발할 때의 마음처럼 무겁기만 했고 여행에 대한 깨달음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여행을 끝내고 나서 많은 것들이 그녀의 생각과 마음을 바꾸어 놓은 절망의 늪에서 동아줄을 잡은듯한 여행이었기에 그녀가 처음 시작했던 ‘낯선 순례’의 길을 나도 따라 걷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