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순수한 책을 만났다. 누구나 어린 시절을 거쳐오지만, 그때의 순수함을 간직하기는 어렵다. 어른이 되면서 점점 순수함은 때묻어 가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그리워할 때가 잦다. 성장 소설이나 지난 시절을 생각나게 해 주는 책을 만나면 더욱 순수함에 대한 그리움과 그때의 기억은 짙게 다가온다.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이라는 책을 만났다. 책 제목부터 마음에 와 닿았기에 책을 읽어 내려갈 때 곱씹으며 읽어내려 갔다. 이 책은 아껴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순수함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었기에. ‘정채봉’ 선생님의 아들 ‘정리태’ 씨가 아버지의 글을 고이고이 모아서 출간된 책이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고맙고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하나하나 실려 있는 글 모두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떤 글은 내가 읽어봤던 글이었지만, 이 책으로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어서 기쁘기도 했다. 순수함과 함께 따뜻하고 정겨움을 담은 책이다. 글 중에서 아버지를 향해 적은 글은 결국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였기에,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나’라는 한 글자를 유난히 좋아하셨기에 《오세암》에서도 꼬마 주인공 이름을 ‘난나(나는 나)’라고 지을 정도였다고 한다. 각박한 현실에 잠시나마 휴식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기에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던 순수함과 동심을 만날 수 있었다. 간혹 시(詩)도 있었기에 아름다운 글을 곱씹으며 읽어내려가기도 했다.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은 맑은 영혼의 책이다. 순수와 동심이 가득하여 그것을 고이 간직하여 맑은 영혼을 품게 해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힘들고 외롭고 지칠 때 지금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가족의 이야기도 있었기에 정겹기도 하고 가족 간의 사연도 담긴 따뜻하고 아름다운 책이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나 자신도 ‘나’를 잊고 지내온 건 아닐까? 혹은 살아온 건 그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현실의 벽 앞에 얽매여 ‘나’를 잊고 제일 중요한 ‘나 자신’을 뒤로한 채 현실에만 충실하게 살아온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정채봉’ 선생님께서는 병마와 싸우시면서까지 글을 쓰셨기에 그 열정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잊어버리고 있던 ‘나’ 자신을 이 책을 통해서 잠시나마 ‘나’의 소중함과 내 속의 ‘나’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