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언제나 곁에 있어도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살아가는 존재가 ‘어머니’가 아닐까? 언제나 늘 그 자리에 계시기에 항상 계실 거라는 생각으로 혹은 뿌리를 내린 나무처럼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어머니’의 소중함은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어머니께 잘해 드리지 못하고 부족함이 많기에, ‘어머니’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가끔 어머니께 투덜거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일 년 중에서 5월 8일 어버이날이 가장 뜻깊은 날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 그날이 아니면, 어머니께 혹은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기에 더욱 소중한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읽은 책 중에서 《나의 사랑하는 엄마에게》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중에서 ‘효도하려니, 어머니께서는 이미 곁에 계시지 않았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렇다. ‘효도해야지.’라는 생각만 할 뿐 실천을 미루기에 어머니는 이미 곁에 계시지 않아 효도할 수 없음을 후회하는 내용이었다. 나 역시, 그런 부분이 있기에, 그 글을 읽고 많은 반성과 함께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마음속 깊이 심었다.
‘어머니는 위대하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머니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책을 만났다. 「어머니를 돌보며」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며 7년 동안 기록한 일기 형식이자 기록 형식으로 전개되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았다.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어머니의 병은 파키슨 병이었고, 어머니를 간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병에 관한 정보가 부족했기에, 병에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치매까지 어머니를 괴롭혔기에 한없이 무너져가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절망적인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의 어머니도 그렇지 않을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하기에 더욱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저자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죽음에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점점 지쳐가는 자신의 모습과 어머니의 모습들을 기록하기 시작했으며, 어머니의 병에 관한 자료를 모으면서도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인간의 정신, 뇌, 심리 등에 관한 논문과 책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저자도 중년을 훌쩍 넘은 나이였기에, 그녀에게도 녹내장이라는 병이 찾아온 것이었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었기에 절망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병을 뒤로한 채,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를 지키고자 간호를 한다.
그리고 치매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성찰하게 한다고 했다. 저자는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과 연결지으면서 읽었다. 그녀는 단지,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죽음을 관찰하는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 곁에 있어주고 싶었고, 어머니를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절망이라는 이름 앞에서 꿋꿋하게 이겨낸 저자,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7년간의 간호를 했기에, 그녀의 어머니는 편안하게 가셨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이야기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일이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고,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해 준 책이었기에 모두가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