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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차인표 씨가 책 출간을 했다는 소식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내 신애라 씨와 함께 아동 구호 및 양육 단체인 ‘컴패션(Compassion)’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서 ‘컴패션’의 의미는 ‘함께 아파함’을 뜻한다고 한다. 아이들을 돕는 컴패션 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기에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부부에게는 ‘자원봉사자’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이처럼 차인표라는 이름으로 그의 앞이나 뒤에 붙는 수식어는 몇 가지가 된다. 그리고 이번에 또 하나의 꼬리표가 생긴 것 같다. 바로 ‘작가 차인표’ 인 것이다. 그는 이 책을 1997년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출간은 2009년 올해에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그는 이 책 한 권을 내려고 정성도 다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주제를 던져 준 ‘훈 할머니’의 이야기를 적고자 하였기에 책 출간을 생각했다고 한다.
제목만큼이나 어떤 내용일지 궁금함을 자아내는 책이다. ‘잘가요, 언덕.’ 무슨 의미일까? 라는 생각에 빤짝 이를 뿌린듯한 표지가 독특한 펄이 들어간 선물 같은 책을 펼쳐들고 읽어 내려갔다. 책의 문체는 옛날에 할머니가 손자나 손녀에게 전래동화나 옛날이야기를 해주듯이 부드러우며, 다른 이에게 들려주는 느낌의 문체로 되어 있어서 포근함과 함께 편안함을 전해주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예전에 내가 읽었던 ‘학마을 사람들’의 느낌이 난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이 책의 분위기나 책에서 말해주는 배경들이 비슷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은 다르지만. 그리고 김동인의 ‘감자’라는 소설도 생각이 났다. 이 책에서 말해주고자 하는 전체적인 키워드는, 그들의 아픔을 겪었던 일들을 용서와 화해로 잘 승화됨을 말해주고 있다.
이야기는 1930년대의 호랑이 마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랑이 마을에는 예로부터 호랑이와 사람이 함께 살아왔지만, 호랑이의 가죽을 얻으려고 일본인과 사냥꾼들로 말미암아 호랑이와 친하게 지냈던 마을 사람들은 점점 호랑이와 멀어져간다. 그래서 결국 호랑이가 마을의 가축들을 물어가는 일이 생기지만,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호랑이 마을에 ‘황 포수’와 ‘용이’가 호랑이 사냥을 하기 위에 나타난다. 이들은 마을 촌장에게 허락을 받고 호랑이를 잡으려고 몇 달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을 한다. 촌장에게는 ‘순이’라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용이는 자신과 아버지를 위해 매일 밥을 지어주는 순이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마을에서 친구들의 놀림감이었던 ‘훌쩍이’는 호랑이 사냥을 하는 용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용이를 마음에 들어 한다. 용이가 호랑이 사냥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서다.
세월이 흘러 용이와 순이는 한 번의 작별을 하게 된다. 순이도 용이를 좋아했기에, 호랑이 사냥을 하려고 ‘호랑이 마을’을 떠난 용이를 위해 밤마다 ‘엄마별’을 보고 기도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 마을에 ‘가즈오’가 병사들을 이끌고 마을로 오게 된다. 일본군들이 갑작스레 와서 마을 사람들은 놀라지만, 가즈오는 소문으로만 듣는 일본군의 이미지가 아닌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마을 사람들과 일본군은 친하게 지낸다. 어느 날 가즈오에게 날라온 위안부 공줄 통지서를 받아 들고 마음이 무겁다. 바로 순이가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셈이다.
호랑이 사냥을 위해 마을을 떠난 용이, 그리고 남몰래 순이를 좋아했던 가즈오는 위안부로 끌려간 순이를 위해 각각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계획은 달랐지만, 결국 순이를 구출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치게 된다.
위안부라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일을 일본군은 아무렇지 않게 여자들을 끌고 갔다. 강제적으로 말이다. 책에서는 위안부로 살았던, ‘훈 할머니’에 대한 생각으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힘없는 나라이기에 이런 일들을 당하고, 이러한 고통을 겪은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나라가 힘이 있고 거대한 나라였다면, 일본이 과연 그랬을까? 라는 생각해 보았다. 비록 책에서는 위안부라는 주제로 용서와 화해라는 키워드를 던져주는 이야기를 이끌어갔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용서이며 화해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