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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티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블랙 티>라는 생소한 제목이 내 눈길을 사로 잡았다. 내가 생각한 ‘블랙 티’는 영어로 생각을 하였기에 어떠한 의미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생각한 영어의 ‘Black Tea(블랙 티)’가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을 충분히 일으킬만한 책이기도 했다.
‘블랙’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사랑스러운 표지에 또 한 번 놀랐다. 너무나도 예쁜 책이였다. 따스한 봄날에 어울릴만한 책이었던 것이다. 책의 목차와 함께 첫 번째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너무나도 술술 읽혀졌기에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일본 소설이었기에 더 더욱 그러했다.
책의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블랙 티’는 장미꽃의 일종이다. 처음 듣는 장미꽃의 이름이었다. 그래서 나도 ‘블랙 티’라는 장미꽃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모두 단편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열 가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래서 짧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이 주는 메시지는 나 자신을 혹은 타인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끔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사실, 이 책에 쓰여진 이야기들 모두가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들의 입장이 되기도 했으며, 그들을 지켜보는 제 3자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했던 책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첫 번째 이야기부터 당황스러웠다. 남의 물건을 훔치며 생활하는 그녀는 지하철에서 ‘히토미’라는 여자가 놓고 간 ‘블랙 티’ 라는 장미꽃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것인 것 마냥 들고 내린다. 그리고 그 꽃을 히토미에게 선물한 남자가 불러 세우고, 꽃에 대해서 묻기 시작한다. 결국, 도둑이지 않냐며 추궁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할거라며 위협을 준다. 그리고 남자는 꽃다발을 가지고 가버린다. 꽃다발을 들고 내린 그녀는 앞에서 경찰이 자기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두려움이 생기지만, 경찰은 시간이 늦었으니, 일찍 귀가하라는 말을 전하고는 가버린다.
이처럼 누구나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의 물건에 손대 본 적도 있을 것이고, 혹은 뒤에 이어서 나오는 다른 내용의 이야기들처럼 기억을 못하거나, 어떠한 아련한 첫 설레임이 몇 년 후 다른 이에게서 느껴졌다거나 하는 우리 사는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 일어날 법한 일들을 이 책에서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생각과는 다르게 상대방에서 상처를 주거나, 내가 타인의 한 마디에 상처를 받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들이 이 책을 통해서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즉, 나 자신이든, 상대방이든 걸리지 않으면, 들키지 않으면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혹은 마음 속 한 구석에 묻어두는 양심의 가책이라는 행위를 하는 일들을 웃는 얼굴로 가면을 쓴 채 감추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는 이러한 행위들을 단순히 ‘경범죄’ 라는 틀에 가두어 놓고, 이것을 묶어 놓아도 좋은지를 이 책에서 진지하게 내 비추고 있다.
결혼하기로 약속했던 남자를 버리고 조건이 더 좋은 남자와 결혼을 하는 여자가 결혼식장에서 옛 애인을 만나고, 그로 인하여 초초한 마음에 친구에게 신부 대기실에서 이야기 하는 것을 신랑이 엿듣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자식의 돈을 훔쳐서 연예인의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가출한 엄마 이야기는 무척이나 기억에 남았다. 무뚝뚝한 남편 때문에 연예인이 내민 손의 따뜻함에 이끌려 가정도 버리고 자식의 돈을 훔쳐 공연을 보러 간 것은 남편이 따뜻한 손길로 아내의 손을 잡아 주었더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남편의 무관심에서 나온 결과인 셈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주제 의식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야기들이라서 짧은 내용이지만, 강한 메시지와 인상을 심어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도 모르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짐을 느꼈다. 그리고 나 자신과 내 주위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