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종이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
조너선 플럼 지음, 유영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500여 년 전, 일본의 한 작은 바닷가 마을에 사는 ‘다이신지’라는 이름의 종이접기 달인은 스스로 감탄할 정도로 진짜 물고기 같은 종이물고기를 만든다. 지느러미, 아가미, 모든 것이 진짜 물고기 같은 이 종이물고기가 하루는 말을 하더니 자신은 외로우니 진짜 바다로 가게 해달라고 빌게 된다. 다이신지는 “상상의 존재는 상상 속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어야 해!”라고 말하며 반대하지만 종이물고기는 수긍하지 못하고 사무라이처럼 결의에 차 있게 된다. 결국 다이신지는 마음을 바꿔 깊고 푸른 진짜 바다에 종이물고기를 놓아주게 되는데 놀랍게도 종이물고기는 정말로 피와 살을 가진 물고기로 변신해 깊고 푸른 바다로 유유히 헤엄쳐간다.
 
 그리스 신화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사랑에 감동한 여신 아프로디테가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게 된다. 이 신화에서 피그말리온이 자신의 피조물을 실제 살아있는 존재처럼 상상하고 사랑에 빠져 상상의 존재를 실제 세계로 이끌어 냈다면 이 책 《변화는 종이 물고기도 헤엄치게 한다》의 다이신지는 그녀가 만든 종이물고기가 진짜 바다로 가서 살게 해달라고 애원함에도 불구하고 “상상의 존재는 상상 속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어야 해!”라고 화를 내며 종이물고기의 상상과 소망을 부정해 버린다. 결국 그녀가 작업실을 떠나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깊고 푸른바다로 나갈 결심을 하고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결코 믿지 못할 광경을 경험하고 나서야 그녀는 종이의 세계를 모두 진짜로 만드는 최고의 장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아인슈타인이 “상상력의 힘은 지식보다 크다”라고 얘기했듯이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창의력이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무척 각광받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바탕은 자유로운 상상력이 발휘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구체화 될 때 가능해 진다. 하지만 모든 조직이 이런 상상력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너그럽게 받아들여주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기업 및 조직이 창의성과 혁신이 무럭무럭 자라 창조의 힘을 발휘하는 다이신지Daishinji, 大信寺, 즉 ‘큰 믿음의 사원’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다섯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혁신의 문화가 조직에 융합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창의성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연륜과 경험이 많은 상사가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사안에 대해 마지막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눈치만 살피기 시작한다. 어차피 아이디어를 내봐야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패배 의식에 물들었기 때문이다. (P.85)
 
 다이신지가 종이물고기의 요구를 진지하게 실천하기 위해 그 먼 거리를 갔기 때문에 위대한 거장이 됐다는 사실, 다이신지는 작품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그녀 안에 살고 있는 어떤 것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점 등은 상상력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마음껏 발휘 될 수 있는 조직문화 구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관행이 일반 조직에서 일상이 되면 직원들은 생각을 멈추고 수동적이 돼 버린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회의를 할 때마다 자신의 직원들이 입을 열지 않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조직문화 때문은 아닌지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상상 속의 존재가 구체적인 현실로 전환되는 것처럼 혁신은 상상이 실제로 변형되는 과정이다. 이런 종이물고기 프로세스가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이 책에서는 5가지 전략(자율, 놓아주기, 교환, 협력, 혁신)을 제시하고 각 전략에 따른 원리, 훈련방법, 사례들을 통해 상황에 따른 응용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단계 마지막 ‘해제’와 ‘상상력 질문, 창의력 연습’ 코너를 통해 실천 방안을 좀 더 구체화 할 수 있도록 역자의 세심한 조언들이 더해졌다.
 
 2011년 올 한 해 상상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혁신을 통해 거칠고 푸른 바다로 나가 꿈을 이루고 싶은 조직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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