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 – 벤자빈 바버(Benjamin Barber)
로버트 기요사키는 그의 저서 ‘부자들의 음모’의 ‘교육에 대한 부자들의 음모’ 편에서 ‘학교 교육은 결국 우리를 부자들의 음모라는 거대한 거미줄 속에 옭아매는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오늘날 교육제도의 가장 큰 죄악은 ‘돈’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 근거로 지금의 교육제도가 프로이센의 교육제도를 모방한 것이라는 사실과 프로이센 교육제도는 충성스러운 일꾼, 맹목적으로 명령을 따르는 군인,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시키는 대로 자신이 번 돈을 쓰는 대중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인 학생들은 장차 부자를 위해 평생 일하는 것에 만족하는 피고용자가 될 것이라는 말들을 인용하고 있다.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에도 비슷한 이유로 프로이센의 교육제도를 예로 들었다. 당시 후진국이었던 프러시아(프로이센)는 유럽 열강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전쟁터로 달려가는 군인들과 공장에서 쉴새 없이 물건을 만들어내는 육체 노동자들이 필요했는데 어떻게 하면 직업 군인과 공장 노동자를 엄청나게 많이 배출할까 고민하다 만든 것이 그들이 만든 학교교육이라고 한다. 일제가 우리나라 식민통치 당시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이런 학교제도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이식했으며 우리가 받은 학교 교육과 지금 십대들이 받고 있는 학교 교육은 직업 군인과 공장 노동자를 생산하는 게 목적이었던 이 교육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기 전에 누군가가 우리의 인생을 부자들을 위해 일하는 피고용자로 살도록 운명 지으려 하거나 배우면 배울수록 무능력자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우리의 의식을 프로그래밍 해서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추호의 의심도 없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 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평소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우리 머리 속에 나름의 진리라고 프로그래밍 된 것들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방식이 결정되고 심지어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곧 생각이 바뀌면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면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들이 얼마나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을 수 있다.
최근 읽었던 책들과 이 책 《마인드 바이러스》를 통해 알게 된 것도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전염되어있는 생각의 바이러스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우리 생활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저자 리처드 브로디는 이런 마인드 바이러스의 개념이해를 위해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소개했던 밈(meme)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처음 읽는 독자들에겐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용어지만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행동을 변화시키거나 유발시키는 내면적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라고 정리하면 쉬울 것 같다.
밈은 허락도 없이 우리 마음에 들어와 우리를 프로그래밍한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삶에 영향을 미친다.(P.194)
우리가 반복을 통해 조건화되면, 현실을 달리 보이게 만드는 새로운 구별밈이 생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구별 밈을 유지하고 보강하는 증거를 제공한다.(P.198)
일상에서 우리 의식에 프로그래밍 되어 행동에 영향을 주는 개념들은 모두 이런 밈에 의한 마인드 바이러스의 영향이다. 책에서는 우리가 밈에 감염되는 방식은 세 가지로 구분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조건화 또는 반복이다. 처음 생소하던 대상이 반복해서 바라보면 익숙해진다는 내용은 심리학에서도 다루던 익숙한 개념이다. 광고를 예를 들면 쉬울 것 같다. 어떤 제품이든 반복해서 광고로 접하면 우리에게 익숙하게 느껴지고 사 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애국심이나 종교적인 신념도 우리의 정신적 본성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지만 단지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듣고 말했을 뿐인데 어느 날 우리의 믿음이나 가치가 되어있는 경우가 있다.
맨 마지막에 놓인 의심스러운 밈은 처음에 놓인 수긍할 만한 밈의 트로이 목마에 숨어 우리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P.204)
그리고 새로운 밈이 트로이 목마처럼 우리에게 프로그래밍 되는 경우다. 우리가 어떤 밈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 다음, 다른 밈 꾸러미를 몰래 끌고 들어 온다는 것인데 마찬가지로 광고나 세일즈에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보험영업사원이 내게 설명했던 방식이다. 먼저 내 아이들이 대학 졸업할 때까지 교육비가 앞으로 얼마나 드는지 걱정될 만큼의 금액을 제시한 후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파는 보험상품을 제시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장차 들어갈 교육비에 대한 해법이 보험상품이 필수는 아니지만 일단 상품에 대한 거부감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선거에 입후보한 정치인이 장밋빛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자기자신을 가리키고 어두운 전망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적을 가리킨다면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각각 자신과 적에게 앵커링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연결된 몸짓과 감정에 반복적인 노출 역시 나중에 표를 던질 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의식이나 마음을 프로그래밍해서 행동에 영향을 주는 사례는 책에서 다루는 사례들 외에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마인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우리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사실이다. 물론 모든 마인드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처음 이야기했던 프로이센 교육의 문제도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바이러스가 될 것이다. 마침 이 책의 말미에도 이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교육은 아이들을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자존심)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자신을 영원히 지속시키려는 문화 메커니즘의 부품이 되는 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 아니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P.325)
모든 아이들이 종속적이고 절망적인 삶이 아니라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려면, 그들을 효과적으로 프로그래밍하는 멋진 커리큘럼을 생각해내야 한다.(P.326)
기요사키의 《부자들의 음모》에서 얘기한 것처럼 제대로 된 금융지식을 가르치던지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처럼 인문고전을 가르치던지 교육에 대한 해법은 다양할 수 있다. “완전한 진리란 없다. 모든 진리는 반쪽짜리다.”라고 말한 화이트헤드의 말처럼 그 어느 것도 완전한 진리가 될 수는 없다. 이 책의 저자도 언급 했지만 단지 우리 스스로를 올바르게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상을 의식적으로 퍼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인드 바이러스가 우리 마음을 장악해서 엉뚱한 방향으로 인생을 이끌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세상을 알고자하는 호학(好學)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생각을 갖게한다.
자신을 가르치는 진정한 방법은 모든 일에 의문을 제기해보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도 회피하지 말고, 날카로운 비판의 눈으로 엄밀하게 조사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사상이건 다른 사람의 학설이건 쉽게 받아들이지 말 것이며, 사상의 오류나 모순, 혼란을 알고서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영국의 경제학자,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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