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삼천 년의 세월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깨달음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리.
-괴 테-
 
 이 책을 읽고 나면 평소 가지고 있던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얻게된다.
 
 1) 내가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 혁명적인 변화없이 그냥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까닭은?
 2) 내가 앙드레 코스톨라니, 벤저민 그레이엄, 존 템플턴, 피터 린치 등 탁월한 투자자들의 저서를 읽고도 그들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인문고전 독서 즉, 이 책 저자가 말한 존 스튜어트 밀 식 독서법을 알게 된 건 동일 저자의 책『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을 읽고 난 후였다. 이 책에 자극 받아 이 책에서 소개했던 철학고전 서적들을 관심리스트에 올려두고 그 중 몇 권의 책을 구입하긴 했지만 몰입하며 읽지는 못했다. 대신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 철학서들 위주로 읽으며 단지 ‘지식’ 쌓는 데에만 급급했을 뿐 그 이상 뭘 더해야 할지, 왜 해야 하는 지도 모른 채 ‘깨달음도 없이 사는 인생’을 벗어나고 싶다는 조급증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통해 나는 왜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간 나는 쉬운 인문고전들을 검색해 찾아 읽으려고 노력을 해왔다. 습관처럼 책을 사 모으고 그 책이나 저자에 대해 단순히 알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다. 어설프게 읽으며 단지 인문고전에 대한 지식 쌓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이지성 작가가 말한 인문고전 읽기란 것이 나처럼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나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지혜를 터득하기 위한 과정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과거의 자신을 죽이는 처절한 자기투쟁이 뒤따르지 않는 인문고전 독서는 지식의 축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지식은 인간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삶의 근본적인 변화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있을 때 생겨난다. 다름 아닌 그 ‘지혜’를 갖는 것을 나는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변화’라 이야기하고 있다. (P.77)
 
 아예 선택하는 책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했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천재들이 쓴 문장을 직접 접하고 그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뇌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인문고전 읽기는 그런 천재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접촉한다는 의미다.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진정한 천재들이 자신의 모든 정수를 담아놓은 책을 매일 읽는 것은 그런 천재들에게 개인지도를 받는 것과 같다. 그로 인해 평범한 생각 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천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가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하는지 명백해 진다. 그들이 쓴 책을 원문 그대로 만나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독서는 인문고전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문장 뒤에 숨어있는 천재의 정신을 만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이해해야 한다. 깨달음이 있는 책 읽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 인문고전은 제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인간이 쓴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간절한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P.200)
 
 단지 읽기에 급급했던 나의 독서 스타일에 ‘깨달음’이라는 대목에서 결정적인 변화의 계기를 찾게 되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책의 내용을 속독하며 훑고만 지나갈 것이 아니라 ‘사색’을 통해 그 의미를 파헤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여러 선현들의 말을 인용하며 ‘사색’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중 영국의 천재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의 비유가 결정적으로 와 닿는다. “사색없는 독서는 전혀 씹지 않고 삼키기만 하는 식사와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인문고전 독서는 반복해서 읽고, 반드시 필사해야 하며 거기에 사색을 통한 깨달음이 있어야 함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가 제시한 통독-정독-필사-자기의견 갖기-인문고전 연구가와 토론하기’만 해도 두뇌의 변화를 경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변화’에 불과할 뿐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쓰는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독서의 목표가 ‘깨달음’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죽도록 ‘사색’만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특별한 두 가지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 두 가지란 바로 ‘위대함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인문고전을 읽고, 필사하고, 사색하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문장 뒤에 숨은, 천재들의 인류를 향한 숭고한 ‘사랑’이. 그 사랑과 만나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위대한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동시에 당신의 두뇌 깊은 곳에서 황홀한 깨달음의 빛이 터져나와서 당신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라. 영혼 깊이 사랑하라.(P.288)
 
 인문고전을 오래 공부하고 달달 암기까지 한다고 해서 모두가 인류역사를 바꿀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만일 그랬다면 수많은 고전연구가들과 철학전공자들 사이에서 더 많은 천재들이 배출 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인문고전을 ‘지혜의 산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지혜의 산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한 두뇌가 어떻게 혁명적으로 변화하지 않겠는가.라고 되묻는다. 이러니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가 없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렵고 힘들고 때론 고문처럼 느껴지는 인문고전이 어느 순간 기막히게 재미있어진다고 한다. 그 ‘재미’를 맛보는 순간이 쌓이고 쌓이면 벼락처럼 두뇌가 충격적으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고 하는데 누가 솔깃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은 천재들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백독백습을 비롯한 다른 모든 독서 기법들은 다만 천재들의 마음을 깨닫는 장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당신은 천재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두뇌가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놀라운 사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P.239)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내가 어떤 책을 선택해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분명히 알도록 해주었다. 막연한 고전독서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결론에 이르도록 해 준 것이다. 그리고 그간 인문고전과 담을 쌓고 살아온 세월에 대한 후회만큼 내 아이들의 독서교육에 열정을 가져야겠다는 결심 또한 더하게 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 윌 스미스가 자신은 고졸 학력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아이들에게는 집에서 철학고전을 읽히며 교육한다는 사실에 더욱 고무되기도 했다.
 
 저자가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인문고전 독서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가지도록 하는 데는 저자의 엄청난 독서와 연구가 바탕이 된 다양한 사례들이 이 책에 집약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들어본 동서양 인문고전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알만한 정치가, 경제학자,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모두 이 책에 담아놓은 것 같다. 그리고 그들 모두 철학을 전공했거나 열렬한 인문고전 독서가들이었다. 결국 우리가 그들과 같은 탁월한 정치가, 경제학자,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철학하는 두뇌를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더욱 치열하게 인문고전 독서를 해야 한다.
 
 수많은 위대한 천재들의 보석과 같이 빛나는 삶과 주옥 같은 말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와 선현들의 이야기가 잘 배합되어 읽을수록 설득력을 지니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내가 이 책을 두 번 읽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도 아래에 인용한 마지막 페이지의 정자(程子)의 말 때문이며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고민하기도 했다.
 
如讀論語 未讀時 是比等人 讀了後 又只是比等人 便是不曾讀
『논어』를 읽기 전이나 읽은 뒤나 똑같다면 그 사람은 『논어』를 읽지 않은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밥을 먹을 수만 있다면 전 재산을 바쳐도 좋다고 말한 바 있다. … 만일 당신에게 워런 버핏과 스티브 잡스의 진짜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단돈 만 원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 서점으로 가보라. 우리 시대의 최고 리더들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는 인문고전 저자들의 정수가 겨우 몇천 몇만 원에 당신에게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P.319)
 
 난 오늘 누구를 먼저 만나야 할까? 어리석게도 그걸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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