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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 쇠망사 ㅣ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고전 6
에드워드 기번 지음, 배은숙 옮김 / 두리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내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꼭 읽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를 제공해 준 책이 있다. 한국 젊은 부자들의 성공투자 노하우와 마인드를 알려주는 책 《한국의 젊은 부자들》. 이 책에서 필자는 젊은 부자들에게 “삶의 가장 중요한 길라잡이 역할을 한 멘토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응답자 가운데 55%가 ‘책’을 꼽았다고 한다. 필자는 젊은 부자들이 한결같이 독서광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이들이 추천한 책을 소개하는데 첫 번째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두 번째가 사마천의 《사기열전》, 세 번째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와 《성경》이었다. 이 책에서 《로마제국 쇠망사》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인도의 네루가 감옥에서 어떤 소설보다도 더 몰두해서 읽었다는 《로마제국 쇠망사》는 12년 간의 집필과정을 거친 로마제국 역사서로, 11대 황제 트라야누스의 치세로부터 수도 콘스탄티노플의 몰락에 이르기까지 약 1,30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P.209)
이들이 자기계발이나 경제 경영서가 아닌 역사서적을 추천했다는 것부터 상당한 호기심이 발동했고, 이들이 추천한 책을 읽으면 그들과 같은 부자의 노하우와 부자마인드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심리도 작용했던 것 같다. 하지만 《로마제국 쇠망사》만 해도 실제 그 분량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었고 이 책에서 추천했던 책들 대부분 원래 나의 관심분야가 아니었던 탓에 카트에만 오랫동안 담겨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책도 다 안 읽고 여전히 부자도 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19세기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의 역사학자 랑케는 로마가 전 세계에 끼친 영향을 이렇게 말했다. ‘고대의 모든 역사는 로마라는 호수로 흘러 들어갔고, 근대의 모든 역사는 로마로부터 다시 흘러나왔다.’ 그래서 어떤 이는 로마를 아는 것은 세계사를 정복하는 첫 걸음이라고 했다고 한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고, 2세기에는 세계의 절반과 가장 문명화 된 사람들을 지배했을 정도였던 로마제국. 그러나 395년 동서로 제국이 분리된 이후 서로마는 급격히 쇠락해 몰락하게 된다. 이런 로마제국의 번영과 쇠퇴를 담은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게 된 건 《로마제국 쇠망사》를 좀 더 쉽고 가볍게 접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로마제국 쇠망사》는 에드워드 기번이 1776년에서 1788년 총 12년에 걸쳐 총 여섯 권으로 출판한 책으로 138년부터 1,453년까지 총 1,315년의 역사를 담은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하나의 문명이 출현,상승,쇠락의 단계를 거친다고 봤을 때 이 책은 로마제국의 쇠퇴 과정을 그려 낸 것이다. 로마제국이 흥할 때의 역사 속에는 각종 흥미진진한 읽을거리가 풍부하지만 반면 망할 때의 역사는 우울하다보니 흥미가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다. 흥할 때가 있으면 망할 때가 있듯이 우리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로마제국의 역사를 통해 번영을 가져다 주는 계기가 된 여러 장점들뿐 아니라, 몰락할 때의 원인들까지 함께 분석함으로써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자는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 쇠망사》는 저자가 원문을 편역하고 해설한 책이다. 중간중간 내용과 관련있는 원문을 인용하기도 했고 칼라사진과 그림을 통해 내용의 이해를 돕고 있다. 1,300 여 년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았기에 한 눈에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로마역사가 생소한 독자들에게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수없이 나열되는 황제들과 주위 인물들 때문에 무척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138년부터 1453년까지 총 1,315년의 역사가 담겨있는 《로마제국 쇠망사》는 ‘인간의 범죄, 어리석은 행동, 불운’이 로마제국의 멸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탐구한 책입니다. ‘한 문명의 흥망성쇠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초래한 인간본성에 대해 동화책처럼 이야기식으로 전하는 서술 방식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습니다. (P.008)
인간이 만든 문명의 흥망성쇠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인간을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을 때 세상을 알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도 알게 된다. 젊은 부자들이 《로마제국 쇠망사》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것도 그런 삶의 지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선뜻 《로마제국 쇠망사》를 잡기 힘들었던 독자라면 《청소년을 위한 로마제국 쇠망사》를 통해 큰 흐름을 먼저 읽고 파악한 후 흥미와 호기심이 생기면 원문에 충실한 책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