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회사에서 회의시간에 한 임원 분께서 나에게 느닷없이 손자병법에서 적을 이기는 최고의 방법은 뭐냐고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대뜸 생각나는 데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전에 손자병법을 읽은 적이 없었지만 그간 경영관련도서, 자기계발서에서 숱하게 봐왔던 말이었기에 머리 속에 남아있었던 듯하다. 그 때 이후로 내가 손자병법에 대해서는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꼭 쉽게 씌여진 손자병법을 구입해서 읽어야 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그리고는 한 권의 책을 구입해 책꽂이에 꽂아두었는데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아 미루고 미루던 차에 평단문화사에서 출간한 《손자병법》을 우연히 먼저 읽게 됐다. 이 책은 무엇보다 삼국지나 초한지 같은 소설형식의 이야기전개로 재미를 준다. 소설처럼 읽으며 손자병법을 만날 수 있어 내용이 지루하고 딱딱할 거 같아 나처럼 읽기를 미루던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이야기는 손무가 고대 역사를 회고하면서 자신의 병법이 지향하는 인의仁義를 가장 잘 구현한 요순시대를 상기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요순시대 이래 손무가 활약한 춘추시대를 거쳐 그의 후손인 손빈이 활약하는 전국시대까지 당시에 활약했던 영웅호걸들의 활약과 흥망에 관한 역사적 사실들을 다루고 있다. 한편의 역사소설을 읽으며 손자병법을 만나는 것이다. “선생의 병법은 세가지로 요약되는군요. 첫째 싸우지 말고 이겨라. 둘째는 이겨 놓고 싸우라. 셋째 신속하게 승리하라. 앞으로도 땅의 도리를 이만큼 밝혀내기 힘들 것이오.” (P.160) 손무와 공자와의 대화에서 공자가 손무에게 한 말이다. 그리고 사마천의 《사기열전》中 ‘손자,오기 열전’의 손자이야기를 이 책에서도 만난다. 손무가 오나라 왕 합려 앞에서 왕의 애첩까지 죽여가며 궁녀들을 군사훈련 시키는 장면이다. 합려가 손무에게 용병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되는데 “손 선생은 용병의 상지상책上之上策이란 무엇이라 보오?” “불가피하게 전쟁을 해야 할 경우에라도 빨리 끝내야지 오래 끌어서 좋은 전쟁은 하나도 없습니다. 무릇 용병에서 최상은 적국을 온전히 굴복시키는 것이고, 차선은 적을 깨트리고 굴복시키는 것입니다. …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권모술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재앙을 막도록 해야합니다. … 일단 전쟁을 시작했으면 기습적이고 강력하게 무력을 사용해 단기간에 완벽한 승리를 해야 합니다.” (P.211) 오나라 왕 합려는 손무의 통솔아래 막강해진 군사력으로 춘추시대 말기 강대국이었던 초나라를 멸하고 패자의 자리에 앉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손자병법의 핵심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손자병법의 원문 13편과 해석이 각각 책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어 손자병법의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손자와 손빈이 활약했던 춘추전국시대 영웅호걸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평소 귀에 익은 와신상담, 토사구팽, 송왕지인 등의 춘추시대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들도 재미를 더해주는 부분이다. 《손자병법》은 동서양을 초월하여 가장 널리 읽히는 병법 철학서로 알려져 있다. 전쟁에서의 승리의 원칙 뿐만 아니라 치열한 인간 삶 속에서 상대를 이기고 정상에 우뚝 서게하는 지혜를 담은 책이다. 단순한 병법서를 넘어 현대적 삶의 지혜를 전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소설형식이다 보니 병법 보다는 이야기에 몰입하며 읽었다. 책을 통해 손자병법에 대한 흥미가 생기면 다음은 병법만을 주로 다룬 책 한 권을 선택해 보면 무척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그간 책장에 고이 모셔둔 책을 이제 뽑아들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