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세계적인 자기계발 전문가인 스티븐코비가 한국에 왔을 때 일하느라 바빠 무언가를 배울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경우엔 어떻게 해야할까요? 란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일하고 싶은 의지를 가진 사람은 많지만 배움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어요. 배움과 훈련의 과정을 위해 스케줄을 당장 짜보세요. 자신의 몸을 '편한 영역'에서 빼내세요.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훈련하세요. 적어도 하루에 한시간은 '톱을 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바쁜 하루 스케줄 때문에 자기계발을 위해 하루 한시간 정도 밖에 톱을 갈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하면 어떤 것을 배우고 훈련하기 위해 최고의 집중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독서를 통한 자기계발, 외국어 회화, 글쓰기 등은 누구나 한번 쯤은 목표로 삼을만한 것들이다. 관심은 있지만 효과적인 공부방법을 모르거나 게으름탓에 나의 경험상 단지 목표 리스트에만 올려놓은 경우가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단기간에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활동에 집중하고, 노력해도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학 교재를 선택할 때도 '속성'교재를 먼저보고 자기계발을 위한 독서 역시 당장 나를 성장시켜줄 것같은 자기계발서를 먼저 찾게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본기를 충실하게 다진 후, 그것을 토대 삼아 자신만의 탑을 쌓아가야하는데 그냥 '스피드시대'에 걸맞는 속성과정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어학공부를 했어도 실력이 늘지않고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내적 충만감보다는 공허함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어학을 마스터하고 싶은 사람은 나처럼 이 책 저 책, 좋다는 책 다 사볼게 아니라 내용이 충실한 한 권을 완전하게 마스터 하는 것이 기본기를 쌓아가기에 가장 좋고, 독서를 통한 자기계발을 원하는 사람은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결과를 줄 것처럼 광고하는 자기계발서 보다는 생각이 깊어지고 내면의 세계를 넓혀주는 과거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들이 쓴 고전을 읽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어학책은 한 권을 죽어라 마스터하기로 했고 책도 고전소설을 시작으로 고전에 빠지기로 했다. 한방에 뭔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치솟아 오르더라도 처음부터 기본부터 작은 것부터 점차적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기본기를 다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글도 아주 잘 쓰고 싶다.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이 책 저 책 구입해 두고 읽는다. 책을 여러권 읽었지만 글쓰기가 늘지 않는다. 왜? 똑같이 기본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책읽기로 해결하겠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그래서 이젠 글쓰기 책을 사지 않기로 했는데 이런 결심을 하도록 한 책이 바로 이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책』이다. 이 책은 나같이 글쓰기 기본기를 다지고자하는 사람들이 꼭 만나야 할 책이란 생각을 했다. 저자는 화가 지망생들이 조각상을 수천 장 베껴 그려야 하듯이 어학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똑같은 영화를 100번 보며 귀가트이 듯이 글쓰기도 제대로 하려면 좋은 글을 베껴써야 한다고 얘기한다.
<비트>,<태양은 없다>를 쓴 시나리오 작가인 심산은 말했다.
"소설가 지망생들은 저마다 '존경하는 소설가' 한두 명쯤은 있습니다. 그 작가의 작품 목록을 줄줄이 꿸뿐더러, 여러 번 읽어 보았고, 심지어는 필사 작업을 해보기도 합니다.
《엄마를 부탁해》를 쓴 신경숙은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에서 이렇게 썼다.
"그냥 눈으로 읽을 때와 한 자 한 자 노트에 옮겨 적어 볼 때, 그 소설들의 느낌은 달랐다. 필사를 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것이다. 나는 이길로 가리라. 베껴쓰기를 하는 동안의 그 황홀함은 내가 살면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각인시켜준 독특한 체험이었다."
안도현 시인은 대학 시절 백석 시인의 시를 노트에 베껴 썼다. 그는 〈시와 연애하는 법〉이란 칼럼에서 베껴쓰기가 글쓰기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꿈꾸는 다락방》을 쓴 이지성 작가. 《태백산맥》을 비롯해 150여 권의 책을 베껴썼다. 이때의 훈련 덕분에 그는 40여 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여러 작가와 여러 장르의 글들을 원하는 만큼 베껴보라. 사람들은 '나도 J.K 롤링처럼 쓰고 싶다'고 말한다. 롤링처럼 쓰기 전에 롤링의 글을 베껴라. 마법처럼 당신 앞에 문이 열릴 것이다. (PP.037-039)
이 책의 본문 내용을 이렇게 베껴쓰다보니 당장 베껴쓰기를 하고 싶은 충동이 막 일어난다. 이제 글쓰기 책은 그만보자고 결심해볼 만 하지 않은가.
이 책은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다. 책에서 말하는 글은 편지나 일기, 설득하는 글, 연설문, 칼럼, 여행기와 같은 산문이나 에세이들이다. 몇 해동안 성인들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수강생들이 써 온 글을 보며 부족하게 느꼈던 부분들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수강생이나 예비작가들의 방대한 사례를 분석하고 정밀하게 따져서 '단순하고, 쉽고, 소통하는 글= 좋은 글'이라는 큰 틀을 세워 여기에 세세한 이야기를 더했다.
저자가 지적한 잘못된 글쓰기 예들을 보며 나역시 얼마나 생각없이 글을 써 왔나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면 항상 이 책을 옆에 두고 내게서도 발견된 글쓰기 오류들을 하나씩 하나씩 고쳐갈 생각이다. 글쓰기 기본기 역시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다져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끊임없이 스스로 노력한 결과임을 다시한번 절실히 깨닫도록 도움을 준 책이다. 이제 내게있어 스티븐 코비가 얘기 한 '하루 한시간 톱을 가는 시간'은 베껴쓰기 시간이 될 것이다. 어느 작가의 책을 한번 베껴쓰기 해볼까하고 즐거운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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