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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어둠 - 2조 엔의 이익에 희생되는 사람들...
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 창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기업혁신에 관한 주제를 이야기할 때 토요타의 경영사례는 빠지지 않는 모범사례로 거론되어왔고 토요타의 경영과 혁신사례를 다룬 책들도 그간 많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많은 경영자들이 토요타식 경영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토요타를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굳이 이런 식이 아니더라도 경영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면 가장 흔히 만나던 사례가 토요타의 경영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회사며 배워야 할 모범 사례로 인식되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토요타 리콜파문'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것이 일본 자동차산업은 물론 일본경제까지 뒤흔들어놓고 지역에 따라서는 판매부진으로 인해 일시생산중단 등의 사태로까지 발전하면서 그간 제조업의 신화로 불리던 토요타에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하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언론기사를 통해 단가인하와 품질 저하, 차량의 결함 은폐 의혹, 언론 및 정치권과의 유착관계, 하청과 파견직(비정규직)의 확대 등의 문제를 분석한 것을 최근 접했다.
이 책 「토요타의 어둠」은 마이뉴스재팬 대표이사인 와타나베 마사히로가 쓴 책으로 일본에서는 2007년에 출간된 책이다. 토요타 대량리콜사태가 발생한 시점에 맞춰 마침 우리나라에 출간되었고 무너지지 않을 아성과 같았던 토요타의 명성이 오늘같이 갑자기 추락하게 된 원인을 분석한 책이란 기대에 많은 관심을 받고있는 책이다. 나 역시도 우리가 몰랐던 토요타의 진짜 모습을 이 책이 확인시켜 줄 거란 기대를 안고 선택한 책이기도하고 책장을 넘기면서 접하게 된 책의 내용은 이런 나의 호기심과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만한 것들이었다. 처음 책장 몇 장을 넘기다보면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 토요타의 사원 가운데 자살자가 많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전 사원은 거침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많습니다. 특히 기술계통 쪽에 많아요. 설계부문은 오랜 동안 한 장소에만 틀어박혀 있어야 하므로 정신적으로 쫓겨 자살충동에 빠져들곤 합니다. 노조가 이를 터부시하고 있어서 공개되지는 않지만." (P.5)
저자가 인터뷰한 토요타의 전직 사원의 말이다. 그는 토요타가 꼭 북한의 판박이 혹은 작은 북한같다. 안정적인 지위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돈과 맞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지리적으로 격리된 상황에서 교묘하게 사상통제를 당하며 일에 혹사당하고 있다는 토요타의 직원들. 이런 통제 때문에 언론인인 저자가 수차례 토요타 직원들에 대한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거절 당했다고 한다.
지은지 40년이 넘는 다다미 네 장 반짜리의 낡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정사원, 근무 중에 과로사해도 산재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정사원, 사실은 판매대수보다 리콜대수가 더 많고, 해외에서는 가차없는 해고와 반발하는 항의데모가 빈번한 토요타 자동차. 이 책은 신화와 같던 토요타의 이런 양면성에 대해 보통사람들의 눈에 포착되지 않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토요타의 본질이 왜 진작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을 일본 최고의 광고선전비를 사용하는 이 회사와 언론간의 유착관계로 설명해 준다.
직원들은 사적인 시간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부당한 대우와 혹독한 잔업에 시달리고 퇴근해서도 지어진 지 50년이 지난 다다미 네 장 반짜리 방의 기숙사에서 지내야 한다. 외부와 접하기 어려운 직장과 주거환경 속에 주위에는 온통 토요타 그룹 사람들 뿐이기 때문에 토요타의 모든 환경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비판적인 분위기는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꼭 작은 북한 같아요'라고 탈북(토요타자동차에서 간신히 벗어난 사람을 빗대어 부르는 말)한 전 사원이 말한다.
토요타의 자동차의 품질관리에 대해 3장에서 다루고 있다. 연도별, 메이커별 리콜제출 건수에 대한 분석을 통해 2004년, 2005년 2년 연속으로 판매대수보다 리콜대수가 더 많아 결함률 100%를 넘어서는데도 불구하고 국토교통성이 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토요타=좋은 차'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새기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결국 이번에 불거진 대량 리콜사태가 이미 속으로 만성이 된 토요타의 중증이 밖으로 불거진 것임을 이 장을 읽으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토요타의 효율위주의 경영방식이 분명 일반 기업들에게는 모범사례로 인정받아왔던 것이 사실이고 실제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벤치마킹해야할 우수사례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토요타는 무리한 효율우선주의와 단가인하가 차량 결함의 원인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니 직원이 과로사에 이르도록 혹사시키는 무리한 잔업시간과 열악한 직원에 대한 대우가 품질결함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음을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는 토요타식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사실은 직원을 무리하게 쥐어짜서 만든 성과임을 알게 해 준다.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 토요타의 생산방식에는 '인간 존중의 철학'과 이를 토대로 전 직원이 참여하는 '지속적인 개선'이라는 주춧돌이 놓여있다고 했다. 아무리 시스템이 훌륭하더라도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의 경쟁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의 경쟁력이야말로 진정한 경쟁우의의 요소라고 했다. 당시에 이 글을 읽으며 고개을 끄덕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달라진 것은 이것은 이제 토요타에 해당하는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하는 노동자와 소비자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도 이런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건 아닌지 이번 토요타사태를 계기로 점검해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도록 해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