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위에 아이를 키우는 집을 보면 아이를 셋 키우는 집은 정말 드물다. 대부분 하나 혹은 둘 키우는 집이 대부분이고 나도 아들 둘을 키우는데 아들이 둘이니 딸 하나 더 낳으라는 주위 분들의 이야기는 그냥 농담으로 받아 넘긴다. 두 녀석만으로도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혹여 셋째까지 아들이 되면 그 전쟁을 어찌 치르려고. 게다가 어디 아이 셋 키우기가 요즘 쉬운 일인가?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게 육아는 분명 부담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사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육아법을 배워가는 것이지 아이를 가지기 전에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먼저 고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나도 아이 둘을 키우지만 지금 잘 키우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 사실이고 그렇다고 이 놈들 다 키워보고 배운 육아방법으로 나중에 다시 제대로 한번 키워보자고 생각할 수 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 한 번 뿐인 인생을 다시 살 수 없듯이 육아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그래서 아이를 처음 키우는 부모는 육아법에 대한 공부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육아서를 읽다 보면 정말 새로이 배울 점이 많고 부모로서 제 역할을 못했던 것에 대한 반성도 참 많이 한다. 그래서 수많은 육아서들 중에 특히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부모 입장에서 쓴 육아서는 당연히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들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부모역할은 어떤 일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를 저자들의 경험담과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 보다는 사람이 되어라>의 저자 전혜성씨의 이야기는 제목에서 대충 감을 잡고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를 여섯이나 키워냈고 게다가 여섯 아이 모두 누구나 다 인정하는 엘리트로 키워낸 것이다. 먼저 저자의 아이들을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하는데 이런 식이다. 첫째 딸 고경신 하버드 대를 졸업, MIT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중앙 대학교 화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중앙 대학교 자연과학 대학 학장 및 일반 대학원 과학학과 학과장을 지냈다. 첫째 아들 고경주 예일 대 의대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 주 보건후생부장관을 지낸 뒤 하버드 공공보건대학원 부학장을 지냈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의 보건부 차관보로 임명되었다. 둘째 아들 고동주..의사, 셋째 아들 고홍주..미국 국무부 법률고문, 둘째 딸 고경은..예일 대 로스쿨 석좌 임상교수, 막내 아들 고정주..미술가. 이 많은 자녀를 키워 낸 것도 존경스러운데 자녀들이 모두 제각각 자기분야에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책제목에서 느낄 수도 있지만 저자는 자녀교육에 있어 인간됨을 강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아이들에게 전한 가르침의 핵심은 “재주가 덕을 앞서면 안된다.” “한 사람의 위대함은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는가로 평가된다.” 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남보다 뚜렷한 삶의 목적과 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인생을 가르는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고 한다. 여섯 아이를 모두 엘리트이자 리더로 키운 이야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을 뿐 아니라 미국 교육부가 ‘동양계 미국인 가정교육 연구대상’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미국에서도 저자의 자녀교육법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자녀교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무척 강조를 하는데 부모로서 아이의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부모 스스로 아이들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부모의 인생부터 제대로 세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가 1950년 대 미국에서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갖은 역경을 헤치고 자신의 목표와 이상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공부했던 시절 이야기와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결혼 그리고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저자의 자녀교육에 대한 생각들이 자신의 부모로부터 배운 것과 또한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가장 크게 공감한 점이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부모로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성장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여섯 아이를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로 키운 자녀교육 비결이란 책이 왜 자녀 교육에 대한 내용보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을까 하고 의문을 가졌는데 책을 덮고 가만 생각해보니 그녀 자신이 아이들이 본받아야 할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부분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 키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인생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내가 당부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부모가 먼저 자기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동시에 아이들도 그런 부모의 모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p.11)
책을 덮고 나니 아이 둘 키우기도 힘들다고 가끔 남들에게 푸념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분명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들고 어려운 일일 테지만 부모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이를 키우느냐에 따라 한 아이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 도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애지중지 키우는 아이는 내 식대로 시험 삼아 키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책이 준 교훈대로 한 순간이라도 소홀함 없이 부모로서의 나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을 가지고 공부와 성장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왜 공부를 하려고 하는가, 자기 분야에서 사회에 어떤 봉사를 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동시에 인간에 대해서 넓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이렇게 생의 목적을 높이 세우면 재능이 월등해야 함을 자기 스스로 자연히 느끼게 된다.(P.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