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어요." 과중한 업무에 치여 몸과 마음이 다 아팠던 직원이 최근 만났을 때 했던 말이다. 내 일이 아닌 회사 업무가 야기했던 각종 걱정 거리 때문에 힘들어 했었다. 그랬던 직원이 어느 순간 '내려놓음'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 사람에게 '생각'이란 업무 때문에 하는 생각들이다. 그 생각이 온통 머리에 가득할 때,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차지할 자리는 없다. 바쁜 사람들이 몸과 마음에 이상이 와도 아프다고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슬프게도 내 생각을 한다는 것조차 고역이 된다.
나는 그 '아무 생각 없음'에 자신을 챙겨보는 생각까지 포함되지 않기를 바랐다. 쓸데 없는 생각은 내려 놓되 자신을 챙기는 생각은 내려 놓지 않았기를. 생각하기도 길러야 할 습관이다 보니, 평소 그런 시간을 갖지 않았다면 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심하게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갖기 힘들다는 의미다. 더욱이 업무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에게 생각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곳곳에 잠복해 있다. 그런 직원들에게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라는 조언 자체가 스트레스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는 일체 그런 얘기는 입에 담지 않기로 결심하기도 했다.
우리는 맑은 샘물 같은 내면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분주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지만, 내면에 집중하며 귀를 기울이면 깊은 곳에서 외치는 영혼의 소리가 들려온다.(022쪽)
휴일, 어떻게 보내는 게 가장 좋을까? 사람마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휴일을 보낸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자기만의 취미 생활을 할 수도 있고, 내게 딱 맞는 유익한 활동을 찾아 보낼 수도 있다. 하기 싫은 뭔가를 해야 한다면 쉬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나에게 유익한 활동 중에 마냥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조금은 애를 쓰는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독서나 글쓰기, 운동 같이 에너지를 써야 하는 활동들이 대부분이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도, 그렇게 보낸 시간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다.
나와 내 삶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 중에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내게 묻는다면 단연 독서라고 말하겠다. 거기엔 어떤 책을 골라 보느냐가 무척 중요하게 작용한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는 책이라면 책 읽기를 즐기지 않는 이에게도 권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 <영화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을 손에 잡는 순간, 업무로 힘든 팀원들에게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영화와 생각하기가 접목된, 사실은 가볍지 않은 책이라는 사실은 비밀로 하고.
우리는 '열심히 산다'는 말의 의미를 '비본질에 집중하는 것'으로 오해할 때가 많다. 결국 최선을 다해 삶을 일구는 것 같은데 뭔가 비어 있는 듯 공허하고, 이 방향이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때론 우리 몸이 잠시 멈추고 잘 생각해보라는 의미로 브레이크를 대신 걸어주기도 한다. (098쪽)
책에서 다룬 영화 몇 편은 다행히도 영화 보기를 즐기지 않는 나도 본 적이 있었다. 책으로 다시 만난 그 영화들은 내가 단 한 번 보고 말았던 그 영화가 아니었다. 대체 나는 영화를 제대로 본게 맞아? 이런 생각이 들 정도. 같은 영화를 보고도 다른 관점으로 보고 삶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끌어낸 저자 덕분이다. 영화인문학이라는 말이 생소하면서도 영화와 우리 일상은 거리감이 없다는 사실로 볼 때 어쩌면 우리가 손쉽게 인문학을 가까이 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상관 없는 일로 바쁜 분들이 읽는다면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줄 책이다.
살면서 죽음을 한 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은 시간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놓여 있을 때,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이전과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종종 성공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허락받지 못할 수도 있다.(1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