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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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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그러니까 내가 대학에 신입생으로 들어간 해에 쌍용차 파업이 있었다. 신문과 방송에선 연일 나라에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떠들었다. 평소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동기들과 놀고 수업 듣기에 바빠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그때는 정말 알지 못했다.

 

2012년 소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이 이 사건을 르포형식의 책으로 출간했다. 물론 이 당시에도 관심이 없었다. 아니 몰랐다. 그 후 책의 이름과 내용을 듣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소설을 읽지 않는 나에게 ‘공지영’이라는 이름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책의 제목 『의자놀이』는 내게 소설의 이름으로 다가왔고, 저자의 이름값으로 팔리는 세상의 많은 책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2016년. 전례 없는 정치 스캔들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그 전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진지하게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닥치는 대로 국가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그 과정에서 드디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말 그대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알던 쌍용차 파업의 전개과정은 거짓이었다. 진실은 더 섬뜩했고 참담했다. 책의 제목대로 죽음의 ‘의자놀이’였다. 내가 살기 위해 동료를 밀어내고 부족한 의자에 앉아야 하는.

 

2009년 5월 쌍용자동차 노조는 총파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8월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끝났다. 하지만 조현오 경찰청장은 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노조원들을 체포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같이 좀 살자고 외쳤던 이들에게 남은 것은 2백억 원이 넘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과 3천만 원의 보험급여 환수 고지서였다. 그 파업 전·후로 그와 관련된 22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했다. 왜 그들은 자살을 했을까? 국가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생존을 위해 투쟁하던 사람들을 마치 테러범 진압하듯 짓밟는 것이 국가가 하는 일인가?

 

“사람이 스물두 명 죽었다. (중략)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41쪽).”, “국민이 용산에 대해 국가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더라면 쌍용자동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용산 참사는 국가에게 '이렇게 진압해도 된다'는 몹쓸 교훈을 심어줬다(46쪽).”  이런 사건에 국민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잘못한 점은 날카롭게 비판하고 심판해야 한다. 국민이 정치에, 사회에 관심을 끊으면 국가는 결국 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관심을 갖고 기억하고 행동한다면 과연 달라질까? 적어도 우리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결코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이용당해주는 99%가 있기에 이 영화榮華도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배고픈 자들은 결코 모두 단결하는 법이 없으니까. 의자를 반만 가져다 놓고 빙글빙글 돌다가 앉으라고 하면 옆 사람들을 확 밀치고 자기만 살려고 할 테니까. 그게 인간이라고 그들은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그랬고, 그럴 테니까(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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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 기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사소한 습관
김범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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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상대방을 기분좋게 하는 사람인가?"

  "나는 호감형 인물인가?"

  "어떻게 하면 대화를 잘 할 수 있을까?"

 

이 모든 질문의 답은 '말투'다. 너무 사소해서 신경쓰지 않지만, 말투 하나로 호감형 인물이 될 수 있고, 비호감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자신의 말투를 돌아보고 호감형 말투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사실 획기적인 내용이나 해답은 없다. 조금 과장하면 다 알고 있지만 잘 지키지 않는 내용들이다.

 

우리 모두는 어떤 말투, 문장을 사용해 대화해야 좋은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신경쓰거나 지키기는 매우 힘들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지적한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사소하고 쉬운 대화의 기술이다. 몇몇 부분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에게는 어떤 말버릇이 있는지 떠올려 보자. 당신의 말투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나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세상을 향해 총질만 해대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나의 말투는 안녕한지, 나를 한 번 돌아보는 것이 말투를 개선하는 노력의 시작이다. (19쪽)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전하고자 하는 생각들을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모두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또 정신없이 자기 할 말만 쏟아내느라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기도 한다. (44-45쪽)

 

사전 지식은 자기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타인의 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편견일 가능성이 크다. (64쪽)

 

아는 척을 잠시 내려놓을 여유가 있다면 우리는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사전지식,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간신히 얻은 사전지식을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말투로 표현하는 순간 그 효과는 반감된다. (67쪽)

 

말투를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화를 잘 할 수 있고, 호감형 인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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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 1 - 20세기의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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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한국근대사에 흥미를 느꼈다. 사학과에 진학한 이유도 한국근대사, 특히 독립운동사를 깊이 공부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며 더욱 관심이 갔던 부분은 1920년대 공산주의 운동사였다. 주로 박헌영, 김산(장지락)의 행적을 좇았고,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 상해파 고려공산당, 조선공산당의 활동을 더듬어 갔다. 그러면서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고 기뻐했다. 비록 중국현대사로 전공을 바꾸긴 했지만, 여전히 공부하고 기억해야 할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는 자만하기도 했다. 한국근대사, 특히 독립운동사는 줄줄 꿰고 있다고. 착각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부끄러웠다.

   『세여자』의 주인공은 총 6명이다.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를 주축으로 박헌영, 김단야, 임원근 등 6명의 혁명 활동이 줄거리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인물들이다. 아마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 경쟁, 체제 경쟁에 따라 공산주의 활동을 한 인물들은 주목되지 않거나, 심지어 매도되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1920년대 공산주의 운동은 이데올로기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당시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독립운동의 한 방법으로 받아들인 사상이지 결코 소위 ‘적화’나 전복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이 책은 6명의 이야기를 통해 혁명가들의 독립에 대한 열정과 애국심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세여자』는 소설이지만 역사서이기도 하다. 책에 나오는 인물, 사건, 상황 들은 전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다. 그 사이사이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엮어냈다. 사실 역사학이라는 게 원래 사료 파편들을 상상, 추론 등을 통해 논리적으로 엮어내는 학문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좋은 역사서로 보아도 무방하다. 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한테도 쉽게 읽히고, 주인공들과 함께 분노하고 좌절하기도 했다.

   당시 자신 한 몸을 바쳐 조국의 독립을 이루고자 했던 많은 의사, 열사, 혁명가가 그렇듯 이들도 조국의 운명처럼 고난의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나라를 빼앗긴 결과는 비참했다. 어디 한 곳 맘 편하게 다리 뻗고 잘 곳이 없는 현실. 그들은 조선에도, 일본에도, 중국에도, 소련에도 편안히 살 수 없었다. 어딜 가나 이방인이었다. 다들 필요에 의해 이용당하고, 그 뒤에 남은 것은 간첩으로 몰려 총살당하거나, 추방되거나, 체념하는 것뿐이었다. 대부분의 조선인 혁명가들이 간첩으로 몰려 총살당했다. 김단야는 소련에서, 김산은 중국에서... 그러다 꿈에서나 상상했던 해방을 ‘갑작스럽게’ 맞았다. 그렇지만 환희로 떠들썩해야 할 해방공간에서도 이들은 주인공이 아니었다.

   일본이 빠져 나간 자리에 이번에는 미국과 소련이 지도 위에 마음대로 선을 긋고 땅을 나눠먹었다. 그 결과는 무시무시한 체제 경쟁이었다. 어지러운 사회 속에서 해방된 조국을 찾아 왔던 이들은 다시 한번 혼란의 시기를 겪는다. 『세여자』는 1956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정확히는 1955년 주체사상의 등장과 1958년 연안파의 숙청까지다. 왜 해방까지도 아니고, 남북한 모두 단독정부가 수립될 때까지도 아니고 1956년일까. 그 해답은 작가의 말에 있었다. 작가는 순수한 사회주의, 공산주의 운동이 주체사상의 등장과 함께 끝났다고 보았다. 주체사상은 김씨 일가를 위한, 김씨 일가에 의한, 김씨 일가의 사상이지 결코 혁명가들이 꿈꾸었던 사상이 아니었다.

   한국근현대사의 혼란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슬퍼하고 분노하고 공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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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살고 싶다 - 김경주의 인간극장
김경주 지음, 신준익 그림 / 한겨레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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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경주가 직접 보고 듣고 쓴 르포 에세이다. 시인 김경주가 바라본 37개의 인간극장인 셈이다. 이들은 슈트액터, 벨보이, 야설 작가, 엘리베이터 걸, 달력 모델, 응급실 의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모두 비정규직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이며, 순탄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꿈을 위해 현실을 감내해 내고 있는 모습의 우리들이기도 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첫 장을 펼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다 읽은 후에는 묵직한 여운이 남았다. 처음에는 르포 형식의 소설인 줄 알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모두 실존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37명의 실존인물들은 정말 이라도 나면 어떻게든 비집고 살고 싶은 사람들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새삼스럽게 제목의 무게가 훅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의 사연은 정말 파란만장하다. ‘정말로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어?’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했다. 소설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드라마,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들의 인생을 읽고 있으면 내가 지금 힘든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부모님이 새삼 고맙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들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꿈을 위해 비참한 현실을 감내하고,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언제든 비집고 들어가고자 살아가는 37명의 우리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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