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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술연구소 - 생활인을 위한 자유의 기술
제현주.금정연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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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막막하고 마음은 불안한 시대, 좋은 일상을 만드는 구체적인 기술을 연구합니다.”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면서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의 오프닝 멘트이자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삶의 기술을 알려준다. 주어진 트랙을 벗어나 새로운 삶의 경로를 발견하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일상의 리듬을 만들어낸 사람들, 우리 시대 잘 사는인물들이 체득한 생생한 삶의 비결에 주목한다.

 

뭔가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작고도 구체적인 의문들, 기술들을 보여준다. 본문에는 총 10가지의 일상 기술이 있다. 돈 관리의 기술부터 함께 사는 기술, 축적과 정리의 기술, 생활 체력의 기술 등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하고 시급한 팁이 많이 들어있다.

 

특히 돈 관리의 기술이 가장 공감이 갔고, 배울 점이 많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돈 관념이란 게 거의 없었다. 나중에 어떻게 되든 지금 갖고 싶고,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것은 무조건 샀다. 그러면서도 경제관념에 대한 조언이나 생황 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했다. 장기적인 계획, 합리적인 소비는 전혀 없었다. 이런 나와 비슷해 보이는 생활경제 코치 박미정은 이를 벗어날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면서 살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려면, 내 욕망을 이해하고 그 욕망의 가격표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중략) 돈 관리의 기술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세워나가는 기술이다.”(51)

 

다음으로 축적과 정리의 기술도 인상 깊다. 지금도 내 책상에는 책과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다. 자판을 치거나 책을 읽는 데 거추장스러워 짜증을 내면서도 제대로 정리한 적이 없다. 책은 다 읽지도 못한 것들이 여기저기 쌓여있거나 꽂혀있다. 어지럽게 넘쳐있는 물건을 제대로 축적, 관리하고, 정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기술일 것이다.

 

정리의 목표는 무엇보다 검색 가능성, 다시 말해 원하는 물건이나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때 검색하는 행위의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이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좋은 분류의 기준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중략) 그러려면 자신의 선호와 사고방식, 생활방식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209)


이 책은 거창한 기술들이 아니라 끊임없이 일상에서 실천하고 관리하며 스스로의 일상을 좋은 일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도 좋고, 당장 필요한 기술만을 선택해서 읽어도 좋다. 두고두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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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서 - 이민혜 그림 에세이
이민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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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언제부턴가 '엄마'라는 단어를 들으면 괜히 먹먹해진다. 지금까지 나는 엄마에게 살가운 아들이 아니었다. 세상 무뚝뚝한 아들이었다. 집에서는 이야기도 별로 안하고 텔레비전이나 책만 보며 지냈다. 사실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었지만 잘 표현하지 못했다. 살갑지 못한 아들 둘을 키우며 엄마는 얼마나 힘겨웠을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책의 주인공은 딸이다. 그렇지만 읽는 내내 마치 내 이야기, 내 엄마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 책의 제목부터 작가의 말까지 미안함과 고마움, 안타까움과 존경의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울컥하기도 했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서울에 올라오고 엄마에게 얼마나 전화했을까? 보고싶다고, 사랑한다고 대체 몇 번이나 말해보았을까? 이번에 집에 내려가면 그냥 한번 꽉 안아드려야겠다. "이젠 알 것 같다. 엄마가 좋은 건 그저 내 '엄마라서'라는걸."

이 책을 그동안 묵묵히 뒷바라지 해 주신 엄마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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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달빛 삼다 - 원철 스님 산문집
원철 지음 / 휴(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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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원철 스님이 도심 속에서 살며 보고, 듣고, 느낀 일상의 생활에 대한 사색을 담은 산문집이다.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원철 스님은 명문장가로 꼽히며 전문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분이라 한다. 글 한편 한편에 스님의 깊은 사색과 고민, 성찰이 느껴진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일들이 가벼운 문체로 쓰여 있다. 그러나 글 속에 숨은 의미와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게, 묵직하게 다가온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물, 자연 등을 다시 곱씹게 되는 그런 책이다.

 

특이하고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일반인에게 어려운 경전의 구절과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불가의 경전 구절, 격언,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이해하기 쉽고 공감되게 일상생활과 연결하여 풀어낸다. 충분한 지식과 내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이런 글을 쓰고 싶고 소통하고 싶다.

 

이 산문집은 일상에, 일에 치이느라 힘들고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에 쉼표를 찍어주는 책이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한 편씩 읽으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알고 보면 삶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살다 보면 우애 때문에 금을 버려야 할 경우도 있고, 삼 때문에 금을 버려야 할 상황도 만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애도 살리고, 삼도 버리지 않으면서, 금까지 손에 쥘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복잡한 셈법이다. 도를 닦는다고 할지라도 의식주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더불어 대중 생활을 하면서 의리를 헌신짝처럼 저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29쪽).”

 

“《주역》에 이르기를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고 했다. 씨과실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부는 씨앗 주머니를 베고 죽는다는 뜻이다. 내가 죽어도 뒷사람을 위해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대의 ‘종자전쟁론’의 근거인 셈이다. 하지만 IMF 때 많은 국내의 종자 기업이 외국계 회사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경제 논리 앞에 씨과실 마저 남에게 넘겨버렸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석과불식 정신도 사라진 것이다(166~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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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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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가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올라와 있어서 관심이 갔다. SNS에서도 인증샷이나 서평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어 기대가 컸다. “언어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는 카피와 제목,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말과 언어에 흥미가 있어 좋은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첫 느낌은 실망이었다. 실망 그 자체였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인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딱 SNS용 책이었다. 표지는 예뻐서 책 읽은 척 하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커피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지적인 척 하기 좋은.

 

내용도 전부 과장에 오글거리는 것뿐이다. 그냥 정말 킬링 타임용 책이다.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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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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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그러니까 내가 대학에 신입생으로 들어간 해에 쌍용차 파업이 있었다. 신문과 방송에선 연일 나라에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떠들었다. 평소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동기들과 놀고 수업 듣기에 바빠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그때는 정말 알지 못했다.

 

2012년 소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이 이 사건을 르포형식의 책으로 출간했다. 물론 이 당시에도 관심이 없었다. 아니 몰랐다. 그 후 책의 이름과 내용을 듣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소설을 읽지 않는 나에게 ‘공지영’이라는 이름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책의 제목 『의자놀이』는 내게 소설의 이름으로 다가왔고, 저자의 이름값으로 팔리는 세상의 많은 책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2016년. 전례 없는 정치 스캔들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그 전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진지하게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닥치는 대로 국가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그 과정에서 드디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말 그대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알던 쌍용차 파업의 전개과정은 거짓이었다. 진실은 더 섬뜩했고 참담했다. 책의 제목대로 죽음의 ‘의자놀이’였다. 내가 살기 위해 동료를 밀어내고 부족한 의자에 앉아야 하는.

 

2009년 5월 쌍용자동차 노조는 총파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8월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끝났다. 하지만 조현오 경찰청장은 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노조원들을 체포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같이 좀 살자고 외쳤던 이들에게 남은 것은 2백억 원이 넘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과 3천만 원의 보험급여 환수 고지서였다. 그 파업 전·후로 그와 관련된 22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했다. 왜 그들은 자살을 했을까? 국가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생존을 위해 투쟁하던 사람들을 마치 테러범 진압하듯 짓밟는 것이 국가가 하는 일인가?

 

“사람이 스물두 명 죽었다. (중략)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41쪽).”, “국민이 용산에 대해 국가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더라면 쌍용자동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용산 참사는 국가에게 '이렇게 진압해도 된다'는 몹쓸 교훈을 심어줬다(46쪽).”  이런 사건에 국민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잘못한 점은 날카롭게 비판하고 심판해야 한다. 국민이 정치에, 사회에 관심을 끊으면 국가는 결국 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관심을 갖고 기억하고 행동한다면 과연 달라질까? 적어도 우리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결코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이용당해주는 99%가 있기에 이 영화榮華도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배고픈 자들은 결코 모두 단결하는 법이 없으니까. 의자를 반만 가져다 놓고 빙글빙글 돌다가 앉으라고 하면 옆 사람들을 확 밀치고 자기만 살려고 할 테니까. 그게 인간이라고 그들은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그랬고, 그럴 테니까(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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