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 - 유명해지고 싶은 2030 인류학 보고서
정연욱 지음 / 천년의상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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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다 읽음. 올해의 책 best3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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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으로 - 한국 문학사에서 지워진 이름. 평생을 방랑자로 산 작가 김사량의 작품집
김사량 지음, 김석희 옮김 / 녹색광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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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마저 빼았긴 세계에 살아가야 한다는 슬픔을 넘어 너의 이름이라는 빛 속으로 가려고. 김사량의 문장은 세계의 먼지 더께를 닦아내려 그것들을 공들여 묘사한다. 블랙코미디이면서도 정물화같은 묘사들 끝에 드러나는 어떤 희끄무레한 빛. 그의 소설을 읽는 묘미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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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전목마에서 만나 - 열네 살의 르네 마그리트를 매혹한 축제의 세계
퍼트리샤 앨머 지음, 주은정 옮김 / 에포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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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년 전 유럽일주를 할 무렵, 내가 파리를 떠나서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벨기에 왕립미술관에 위치한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이었다. 유럽 일주에서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은 모두 나한테 성지로 여겨도 될 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해도 무방했다.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은 어릴 적부터 그곳의 이름만 들으면 설렐 정도니까. 화가인 어머니를 따라서 어린이집 대신에 화실에서 동화책 대신에 영어로 된 르네 마그리트 화집을 보고 자랐다. 중절모를 쓴 남자, 머리가 큰 사람, 하늘에 떠다니는 성, 얼굴에 천을 두르고 키스하는 연인, 화면 속 화면들... 르네 마그리트의 세계는 알수록 미지의 세계에 가까운 것이었고, 그 세계만으로 하루를 보내기가 가능했다. 그건 무성영화에 가까운 그 동적인 세계관 때문이었을 거다. 나를 실제로 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 휴대폰 폰케이스도 <연인들1Les Amants>이다. 글자를 배우기 전 무렵이었으므로 그 그림들의 맥락을 알기는 힘들었다. 왕립미술관에 가기 전에야 그 그림들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르네 마그리트의 세계를 다루는 비평서를 국내에서는 보기가 힘들었다. 시공아트에서 나온 수지 개블릭의 입문서를 제외하고는 마그리트를 다루는 책은 절판되거나 도화집 위주로 출판되는 편이었다. 이 책 <우리, 회전목마에서 만나>는 르네 마그리트를 기존 미술계의 흐름을 반대로 뒤집으면서 르네 마그리트에 대한 명랑한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마그리트의 세계를 대중문화와 디자인, 순수 미술이 공존하는 놀이터로 만든다. 영화와 서커스, 카메라 옵스큐라 등 마그리트가 살던 시기의 다른 장르들이 어떻게 미술로 스며들어와 기법이 되었고, 그것이 마그리트 그림의 모티프가 되었음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 책은 (미래파부터 시작해 1895년 초기 영화의 출연 당시부터) 여러 매체들이 부딪히는 격전장이었던 캔버스의 생동감을 상세히 살려내고, 마그리트 그림에 깃든 활기를 되살리면서 그의 그림을 살아움직이게 만든다. 이 책을 올해의 미술 책이라 말하고픈 이유다. 기존 마그리트를 다루는 책은 어릴 적 그의 어머니가 자살하여서, 얼굴에 천을 두른 채 발견된 경험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그러한 해석이 마그리트를 정신분석학/트라우마에 가두며, 그의 미술을 해석할 폭넓은 가능성을 제거한다고 본다. 또한 르네 마그리트도 앙드레 브르통을 위시로 한 초현실주의를 거부하고, 폴 발레리 등에 매료되었던 벨기에 아방가르드의 일원으로 활동한 점을 근거로 둔다. 작가는 마그리트가 14살 때, 마그리트의 사랑을 처음 만난 회전목마를 중심 이미지로 마그리트의 세계를 차츰 연결해나가는데 이걸 보는 재미가 장난이 아니다. 루이 푀이야드의 연쇄극에 드러나는 미장센(프레임 속 프레임이라는 이중 구도를 처음 드러내면서 연극적 스테이징을 마련한 첫 시네아스트가 루이 푀이야드다.)이 어떻게 마그리트의 그림에 반영되었는가를 살피는 장면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앞서 말했듯 <연인들>도 이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해방시키면서 당시 마그리트가 본 영화와의 유사성을 설명한다. 그제야 <연인들>은 트라우마의 그림이 아니라 영화의 연장선으로 해석되어서 생기를 얻게 된다. 마그리트의 세계관을 이리 획기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은 지금껏 없어서 새로웠고, 미술이 어찌 매체를 횡단하는가를 연구하고픈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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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 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 니체 아카이브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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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독자로,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흥분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니체를 처음으로 세계에 알린 책이면서, 니체가 짝사랑한 사람이 니체에게 바치는 존경 어린 책이다. 니체의 전기를 읽을 때마다 나는 루 살로메의 입장은 어떠할까 생각하고는 했다. 니체의 짝사랑은 광기에 가까운 것이었고, 증오와 애증이 솟구치고 부딪히면서 깊은 심연이 되었다. 루 살로메와의 사랑마저 실패한 니체는 세계를 온통 절망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루 살로메는 니체를 증오하고, 거리를 두고 살려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과는 달리 이 책은 니체에 바치는 지적 존경으로 가득하다. 예로 첫 파트를 보자. 루 살로메는 니체의 생김새를 묘사하면서 그의 눈에 담긴 카리스마를 분석해낸다. 이는 니체를 곁에서 한때 보았고, 그의 눈빛을 마주보았기에 할 수 있는 통찰이다. 후대의 평전 작가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듣고, 그 사람에 대한 사진과 자료로 그 눈빛을 분석해야만 하는 한계에 부딪히는 데 비해, 루 살로메의 니체 전기는 그 생생함이 살아있다. 한때 자신을 애증했던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 동료인 니체를 그리 사랑스레 봐주는 사람은 루 살로메 한 명 뿐이었으리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루 살로메는 니체의 인상으로부터 시작해 별처럼 흩뿌려진 그의 빛나는 아포리즘을 한 데 모아서 별자리를 잇듯 그의 사유를 잇는다. 그녀가 몸소 마주한 다혈질적인 기질, 혹은 겉잡을 수 없는 천재성,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망가지는 그의 삶으로부터 그의 사유를 재해석한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이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라는 <우상의 황혼>의 아포리즘을 시작으로 그녀는 그의 사유가 망가진 삶을 끝없이 살아내려는 그의 의지와 종교학적인 측면에서 비록된다고 본다. 이러한 니체 해석은 지금의 니체 해석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그녀의 꼼꼼한 독해를 따라가다가 끝내 마주하는 것은 우리가 절망하지 말아야 한다는 한마디다. 근육이 찢어지고, 다시 자라나 새 근육이 되듯이 이 책은 마음의 근육이 계속 자라나며, 그것에 따라서 이전의 자신을 잊고서 살아가리라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영원회귀하는 니체의 신비로운 사유가 세계의 바깥이란 없으며, 다시 살아내는 삶의 반복이라 본 살로메의 관점은 낡고도 새롭다. 하지만 낡고 새로운 것은 진부하다는 말이 아닌 클래식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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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 - 은밀한 개인주의자 현대 예술의 거장
앙투안 드 베크.노엘 에르프 지음, 임세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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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을유문화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쓴 서평입니다.

에릭 로메르의 탄생 100주년인 2021년, 에릭 로메르는 한국에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알려진 감독이 되었다. <녹색광선>은 영화광들 사이에서 필청작으로 불리는 영화다. 작년부터 시작해 에릭 로메르의 각본집과 소설집 등이 출간되었고 그 끝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앙투안 드 베크의 <에릭 로메르-은밀한 개인주의자>가 출간되었다. 이 책의 원서를 사고 몇십 페이지를 겨우 읽은 나로는 이 책의 출간이 더없이 반갑기만 하다. 에릭 로메르를 사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영화는 다른 누벨바그 감독들에 비해서 누구라도 접근이 가능하다. 한 남자가 두 여자를 두고 고민하다가 원래 애인에게로 돌아간다는 상황을 변주하는 <여섯 개의 도덕 이야기>, 프랑스 사람들이 모두 아는 격언을 바탕으로 하여서 찍은 스크루블 코미디 연작 <희극과 격언>, 그리고 사계절에 따라서 감정의 변화를 찍은 연작 <계절 이야기>가 그의 대표작일 것이다. 그의 영화들은 고다르나 알랭 레네가 그러하듯 영화로 현실에 개입하려기보다는 자신이 어릴 적에 본 할리우드 영화들, 자신이 보고 쓴 고전 소설들에 충실하게 세계를 그린다. 모두가 아는 통속적인 이야기들에서 장르의 특성상 생략된 심리들을 추적하면서 인간의 심리라고 할 것이 얼마나 변화무쌍한지를 추적한다. 그는 이를 히치콕의 딜레마와 스크루블 코미디의 연애담을, 아마추어리즘과 고전적 회화를 뒤섞으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든다. 인터뷰에서 소설처럼 영화를 찍는다던 그의 영화는 대사들이 깔끔하며, 매 씬이 깔끔하게 잘려나가고 경쾌한 편집 리듬을 지닌다. 우리가 소소한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는 신과 사랑 등 온갖 주제를 넘나들지만 그의 영화가 보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의 미장센은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며, 심리에 따라서 의상과 풍경, 인물의 위치 등이 바뀌는 인상파 회화의 영향으로부터 시작한다. 모네의 회화를 보는 느낌으로 그의 영화를 보면 재밌다. 하지만 같은 누벨바그 시대 감독인 장-뤽 고다르라든가, 프랑소와 트뤼포가 개방적인 인물이었던 데 비해, 에릭 로메르는 가정에 충실하고, 고전주의자인 데다가 철학적인 질문을 어떻게 작품으로 써낼까에만 치중한 은밀한 시네아스트다. MBTI는 INFP 정도로 짐작된다. 그리고 그의 스타일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는 이 책 <에릭 로메르 은밀한 개인주의자>에 다 나와있다. 지금껏 쓴 내용도 모두 이 책을 근간으로 한 내용이다.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을까, 감당이나 가능할까 싶었지만 앙투안 드 베크의 필력과 임세은 역자님의 깔끔한 번역은 그러한 두려움을 잊게 만든다. 원서와 비교해보았을 때, 별 흠도 없으며 자연스레 번역되어서 한 편의 소설처럼 읽힌다. 은밀한 개인주의자이던 에릭 로메르가 가닿으려던 영화는 실은 영화의 본질, 세계를 그대로 인상파 회화처럼 스케치해내는 것이었다. 변화무쌍한 세계로부터 벗어나서 인간다움, 자연스러움에 영화로 접근하려는 예술가의 집념이 오롯이 그려진다. 이 책은 모리스 셰레라는 필명을 지닌 작가가 어찌 로메르로 거듭나고, 그가 경험한 두 변화가 어떻게 그를 변하게 만드는가, 라는 두 가지 큰 틀을 지닌다. 인상파의 영향권 아래서 쓴 그의 첫 소설 <엘리자베트의 집>이 어떻게 실패하고, 그가 <까이에 뒤 시네마>에 들어가 영화감독으로 거듭났는가를 따라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1948년, 앙리 랑글루아와 앙드레 바쟁을 필두로 등장한 파리 시네마테크와 파리 시네필들 사이에서 일어난 아스트뤽의 "작가 만년필론"(지금의 작가주의의 기원) 논쟁에 끼어든 그는 계속 리뷰를 쓰면서 까이에 뒤 시네마의 필진으로 성장한다. 소설을 쓰던 모리스 셰레는 더는 활동하지 않고 까이에 뒤 시네마가 히치콕을 주요 작가로 선정하고 그를 연구하기 시작한 조류에는 그가 있으며, 그는 누벨바그의 선배로서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동시에 그는 전쟁이 발발할 때에도, 68혁명의 물결이 일 때에도 "마르크스의 열병"을 비판하면서 영화를 자체 제작하고 배급하는 시스템에 치중했다. 이때 그는 자신이 쓴 이야기들을 영화로 찍으려 한다. 소자본과 무급, 자체 배급 등으로 자본의 개입이 온전히 제거된 그의 영화를 앙투안 드 베크는 "영화의 모든 거짓 위엄이 사라지고 순수한 상태에서 존재의 본성(그리고 자연 그 자체)이 피어오른다"라고 본다. 그의 영화의 순수성을 마주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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