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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워킹 Book Two : 질문과 해답 ㅣ 카오스워킹 2
패트릭 네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서둘러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러나 그의 노이즈는 귀를 통해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프렌티스 시장은 내 머릿속에, 내 안에 있었다. (675) -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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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누구의 조종도 받지 않으려면 무언가를 절실하게 사랑해야만 한다.
( 683)-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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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무수한 생각의 덩어리들 중에서 일부는 들리는 소리로, 일부는 우리 내부에서 혼자만의 것이 된다. 어른이 되는 것은 개인의 엄청난 자제력을 요구하는 과정인 것 같다. 여과없이 그대로 생각을 전달하는 것과는 다른 말과 행동의 통제가 필요하다. 어린시절의 앳됨을 벗어던지고, 성숙으로 두른 새로운 나를 범접하는 것이다. 내가 나 혼자이기만 한 시간을 뛰어넘어, 공동체와 호흡할 때 과거의 나 자신보다 더 성숙한 인격체로 거듭나는 것. 말 한 마디와 몸짓 하나에 어떤 불가항력의 힘을 가진 진실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참다운 인으로서 재탄생하는 일일 것이다.
카오스 워킹 북2는 위에 언급한 두 가지를 생각케 하는 책이다. 개인의 생각을 통제하는 사람, 그리고 소년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주인공 토드가 처한 혼란을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을 되새기게 한다. 혹시 초능력 중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할까. 한 번 쯤은 질문받았고 답변해 본 적이 있을 법하다. 내게서 순간적인 가장 강렬한 열망은 이것이지 않았나 싶다. 상대의 생각을 꿰뚫어 움직이는 것. 한쪽에서는 섬뜩하다는 반응이었고 다른 쪽에서는 흥미를 끈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책에서 저자는 이를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 구조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질문의 대답으로 흔히들 예지력을 많이 꼽는다. 미래를 맞추고 대비할 수 있다면 부자가 되는 최단 지름길이니까 그야말로 황홀한 능력이다. 하지만, 이런 부조차도 다양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과 비교할 수가 있을까.
책의 설정은 여기에서 착안한 듯, 개인의 사생활 문제를 환타지 속에서 다룬다. 청소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좀 더 진지한 문제를 이 시기부터 생각하도록 주제를 선택했고, 이는 저자에게 작가로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거머쥐게 했다. 카오스 워킹 북1을 읽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속도감있게 빠져든다. 인물과 장르 설정은 십대들이 선호하는 그럴싸한 남녀에 SF이나 주제 설정은 한층 심도있다. 전쟁의 잔악성, 인간의 선과 악, 진실과 거짓속에서 방황하는 이들이 삶을 선택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노이즈는 남자들에게만 있다? 남자들은 시끄럽고 기분나쁜 여타 남자들의 머릿속 생각을 읽어낼 수 있었다. 다만, 여자들에게는 그들이 발산하는 노이즈가 없어 불가능하다. 이 설정은 어찌 생각하면 남성쇼비니즘으로도 확대 해석될 오해의 여지도 있지 않나 싶다. 생각은 남자가 다 하고 여자는 감정 중심으로 행동하기 급급하기에 굳이 노이즈가 불필요하다는 발상. 노이즈는 남성들에게 찌끈거리는 혼란일 수도 있었지만, 인간 조정술이라는 일종의 초능력도 동시에 부여한다. 사악한 프렌티스 시장은 치료약 복용없이도 스스로의 노이즈를 조절하고 이를 이용해 타인(남성)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이제 갓 성인이 된 토드(13살,이 행성은 이 나이가 성인이다)가 그의 지배력 아래에서 무감정의 시간을 거쳐 점차 심리 조정술을 터득하고 이어 종반부에서는 프렌티스 시장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잠재력을 지닌 이의 따뜻한 마음으로 그를 포로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북2의 결말은 썩 편안하지 않다. 후속편에 대한 기대로 휩싸이게.
자신의 노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노이즈는 훈련에 의해 정렬, 통제, 조절 가능하다고 뉴프렌티스 시장은 재차 말한다. 그는 그 과정을 통해서 본인뿐만 아니라, 군대를 이끄는 남성들을 지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자들은 학살됐고 팔에 번호를 새긴 금속띠를 채워 구속했다. 그의 '질문 본부'에 대항하는 저항세력,'해답(The Answer)'은 여성 단체라는 소문이지만 진실과 거리가 있다. 지금은 뉴 프렌티스 타운이 되어버린 최초의 개척지 헤이븐에서 겉으론 그의 신임을 얻고 있는 것 같아도, 알고 보면 토드는 적나라하게 이용당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저항세력의 토드, 비올라도 마찬가지였다. 지배 권력의 간사함에 속아 믿음에 자칫 금이 가고 상처받지만 그 가운데 성숙하는 우리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심지가 굳은 이는 자잘한 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노이즈가 인간의 내면에 파고 들지 않는다면,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강인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진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올바른 일을 위해서라면 더더욱이다. 절실하게 사랑하기에 되려 적의 포로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극적인 순간에 엄청난 힘을 생성하고 발산할 수 있다. 책의 편집 또한 극적이다. 노이즈로 꽉 차 있다. 궁금해 못 견딜겠으면 확인하러 가기. 한 번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유치감이 덜하고 긴장감이 활활 타오르는 환타지다. 기대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