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은 사람들의 후기를 살펴보곤 한다. 독서 취향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후기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한 편의 눈부신 영화 같은 소설. 올해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바로 이 책이다! "라고 확언하는 문장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책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의 출간 서사를 살펴보니, 단 22페이지의 원고로 오스트리아 지역 문학상을 수상하고, 독일 13개 출판사가 판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인 화제작이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독자들이 뜨거운 찬사를 보낸 소설을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작가 페트라 펠리나는 간호사로 수년간 일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을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작가는 병원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또 어떤 능력으로 삶을 살아가는지, 그리고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를 자주 묻곤 했다고 한다. 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싶다는 작가 내면의 욕망이 담겨 있으면서 삶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는 소설, 섬세하고 다정하지만 묵직한 담론을 품고 있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저절로 마음이 겸허해지는 감각을 경험했다.
죽는 것이 소원인 15세 린다, 가까운 곳에 사는 린다의 친구 케빈, 호숫가 야외 수영장에서 42년 동안 안전요원으로 일했었고 현재 치매를 앓고 있는 86세 노인 후베르트, 폴란드 출신의 섬세한 간병인 에바, 후베르트의 딸 나방 등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사람들과의 연결과 연대와 이해가 소설 안에 그윽하게 깔려 있다.
린다는 후베르트의 24시간 간병인 에바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일주일에 세 번(월, 수, 토) 후베르트를 찾아가 돌본다. 치매 노인을 돌본다는 것은 인내심과 한계와 슬픔을 통과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열다섯 살의 린다가 후베르트를 대하는 태도는 '자연스러움'이었다. 또한 에바는 진심을 다하는 간병인이었다. 린다와 에바는 치매 노인을 돌보는 과정에서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일상을 지탱해 주는 관계였고, 서로에게 손 내밀어 보듬어주는 사람들이었다.
가까이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서, 돌봄의 무게를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환자가 표현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과거를 끌어와 현실에서 인정받으려 하는 모습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고통받을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가족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게 아니라고 우기기도 한다. 그러나 린다는 "할아버지 말이 그냥 맞다고 하면 돼요"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열다섯 살 소녀의 마음을 보며 놀라운 통찰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