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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필요한 시간 - 전시 디자이너 에세이
이세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예술이 필요한 시간>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내리는 빗소리가 음악이 되고, 비내리는 바깥 풍경이 한 폭의 미술작품이 되는 날,
바로 오늘 같은 날이 이 책을 읽기 딱 좋은 날이다.
책의 저자인 이세영 디자이너는 지금 서울에 열린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전시 디자인을 맡은 분이다.
무척 기대하고 있는 전시였는데, 전시 기획과 디자인을 맡은 분의 책을 먼저 만나게 되어
묘한 기분과 함께 살짝 들뜬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표지도 글체도 제목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미 책 그 자체로 나에게는 하나의 작품이나 다름 없었다.

나는 작품이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미술품이든 사진이든 조각상이든 그 어떤 것이든 작품과 그 공간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은은한 채광과 온도 그리고 적당한 소음으로 공간이 채워질 때 그 순간에 깊이 빠져든다.
예전에는 미쳐 몰랐는데,
이 또한 전시 기획자가 만들어 낸 하나의 흐름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감탄이 흘러나왔다.
작품은 작품의 자리를
디자인은 디자인의 자리를
그리고 관람객을 자연스럽게 예술의 세계로 이끌어내는 기획자.
동선도, 작품의 배치도, 매끄러운 관람 과정까지
기획자는 조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었다.
기획자의 시선과 생각을 책을 통해 알고 나니
공간들이 다시 보이는 것 같다
책을 읽다가 가까운 미술관으로 뛰어가고 싶었다.
새로운 눈으로 그 공간에 머무르고 싶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도 힘든 시간도 미술관에서 보냈다는 작가님의 글 속에서
사람의 운명은 어쩌면 정해져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명같은



"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
글을 읽는 내내 같은 마음으로 행복했다.
나의 유학시절의 힘듦을 견뎌내게 해 준 장소는 성당과 미술관이었다.
그곳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위로의 시간이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더 깊이 예술을 즐기기 시작하자 나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더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게 되고, 예술에 대한 영감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일상의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책 속에는 세계의 여러 미술관을 소개한다.
사진과 함께 그 공간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어린 시선을 보고 있노라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가 가야할 곳이라는 강한 느낌과 함께.
예술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이 이토록 근사할 줄 몰랐다.
미술관에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들
공간이 주는 이야기들에 빠져 순식간에 한 권의 책을 읽어버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작품이 아니라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빠지게 된 것 같다.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 준 이 책도 나에게는 하나의 예술공간이다.
" 예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우리 영혼에 묻은 일상의 먼지를 털어내는 것이다 - 파블로 피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