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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시간에 기대어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5년 6월
평점 :

내게로 온 책
이번에 오수영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기대를 하고 있던 차에 운명처럼 책이 나에게 왔다.
<흘러간 시간에 기대어>라는 책 제목으로.
요즘 시간에 대한 생각들이 많았기에 더욱 끌렸다.
지나간 날들에 대한 기억을 글로 담아낸 이 책은 깊은 새벽에 읽으니 자연스럽게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 속으로

"멀리서 아침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 오던 나의 대학 시절.
불 꺼진 고요한 방안에는 책상과, 노트북, 나, 그리고 우리를 희미하게 비추는
작은 조명이 전부였다. 중략
그때의 새벽은 내게 순도 100퍼센트를 보장해 주는 투명한 창작의 시간이었다."
오래전 유학시절 나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었다.
그가 창작의 시간으로 새벽을 보낼 동안, 나는 공부를 했었다.
매일 밤 사전을 잡고 씨름하던 그 수많은 밤들이 스쳐 지나갔다.
멀리서 그리고 느리고 다가오던 아침들
누구에게나 그럼 날들이 있었고, 작가님의 표현이 정말 섬세하고 디테일해서
순식간에 과거의 그 새벽으로 잠시 다녀왔다.

"그때는 오히려 산책하는 시간마저도 생산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폰 없이는 절대 산책을 나서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는 그런 강박이 나를 생산적인 사람으로 만든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현재의 내 모습이다. 매일 해야 할 들이 가득하고 봐야 할 영상이 많다 보니
출퇴근 시간은 물론 잠시 쉴 틈이 생기면 이어폰부터 찾게 된다.
생각할 시간도 잠시 머리가 쉴 시간 없이 끊임없이 인풋을 하고 있다.
아웃풋 없는 인풋들의 연속.
유익한 영상을 보고 들어도 순식간에 휘발되어 버린다.
그 시간마저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무언가를 하거나 생각하고 있으니.
그냥 그 영상을 봤다는 만족감,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던 거다.
앞으로 산책 시간만은 결고 다른 무엇도 방해하지 못하도록 절대 지켜야겠다.

가벼운 마음
"퇴사 후 양손이 자유로워진 만큼 이제는 어디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향하다 보니
마음도 한결 자유롭다."
나는 승무원이란 직업의 최고 장점이 여러 나라들을 다닐 수 있다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좋은 점만 생각했을 때이고, 매번 낯선 곳을 간다는 것은 불안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작가님이 더 이상 일로 떠나는 게 아니라 백팩을 메고 내가 가고 싶은 곳, 원하는 곳으로 갔을 때
얼마나 마음이 즐겁고 가벼웠을까를 생각하며 글을 읽다 보니 나까지 마음이 가벼웠다.
책 속에 가득한 작가님의 시간들을 읽으며
내 시간을 연결시켜봤다.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지난 인연들을…
그립다
서문의 첫 문장 " 기억의 본질은 추모에 가깝다. 사라지는 것들을 간직하는 일이다."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기억이 멀어진다.
그러기에 나는 자꾸 기록을 하려고 노력한다.
흐려지지 않도록, 흩어지지 않도록, 사라지지는 걸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어서.
하지만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것 또한 언제나 반갑다.
과거의 나보다 현재의 나에게 더 집중하고 싶다는 의지기도 하다.
어느 날 문득 과거의 나를 떠올려보고 싶다면,
또는 누군가의 기억과 생각을 만나고 싶다면,
느리게 찾아오는 새벽에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