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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물었고 영화가 답했다 - 한 편의 영화가 나에게 일러준 것들
이안 지음 / 담앤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최근 들어 퇴근 후 영화 한 편씩 보고
집에 오는 날이 늘어났다.
조금 일찍 퇴근한 날이면 자연스럽게
영화관으로 간다.
프랑스 영화, 일본 영화 등 그냥 그 시간에 내가 볼 수 있는 영화 또는 마음이 가는 영화들을 보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영화에서 최근 나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때가 있었다.
작은 울림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나는 묘한 즐거움을 느꼈다.
영화의 매력에 살며시 빠지던 차에 내 눈에 들어온 책 <삶이 물었고 영화가 답했다>
끌림의 법칙처럼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됐다.
영화평론가인 저자는
불교적 관점을 통해 영화를 바라본다.
매일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날들 속에서 저자는 이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대신
영화를 통해서 그 정답을 찾고자 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영화에 몰입하다 보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보여주고 싶었던 세계들을 만날 수 있다.
1부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미나리, 닥터 스트렌지
2부 - 세상 가장 낮은 목소리 (정직한 후보 -)
3부 - 생명을 품는 마음 (미스터 주, 생명을 품는마음
4부 - 무한한 인연, 희망의 연꽃 (미싱 타는 여자 -)
이렇게 4부로 나뉘어 각 장마다 5~6편의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이미 봤던 영화들은 새롭게 보였고, 처음 접하게 된 영화는 봐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됐다.
영화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을 만들어 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영화 <미나리>로 시작했던 1부. 작가님의 해석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아이들을 집에 둘 수 없어 직장에 데려온 날 수평아리가 어찌 되느냐고 묻는 아들에게 ‘도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제이콥에게서 우리는 살고자 하는 자로서 죽음을 선고해야 하는 일을 하는 존재의 고뇌를 보게 된다. 내가 살고자, 내 자식을 살리고자 갓 부화한 생명을 하루에도 몇 상자씩 죽음의 소각로에 밀어 넣는 일 앞에서 제이콥이 느끼는 것은 바로 ‘자괴감’이었을 것이다.
---「푸르고 푸른 생명 예찬 - [미나리(2020)]
모든 것은 흘러가고, 생이 있으면 죽음도 있으며, 시간은 굴레가 아니라 흐름이기에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흐름을 지키기 위해 수행하는 자가 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침내 모든 것을 초월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 [닥터 스트레인지]는 불교를 앞세우지 않고도 불가의 가르침을 대중적인 방식으로 오락물 안에서 설명하는 흥미로운 영화다.
---「21세기의 불제자 - [닥터 스트레인지(2016)]」중에서
[눈꺼풀(2016)], [당신의 사월(2019)] ,
두 작품은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우리의 마음속에 무거운 슬픔으로 남아 있는 그날에 대한 영화다.
이 영화를 모른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부끄러웠다.
세상 가장 낮은 목소리


책으로 먼저 읽고 영화로 다시 만났던 <눈먼 자들의 도시>
영화로 만들면서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내용의 결, 상황을 보는 시선에서 차이를 조금 느꼈는데
작가님도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한 게 있어서 반가웠다.
아무리 잘 만든 영화여도 원작을 그대로 담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렇지만 영화를 통해서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상황들을 장면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격리된 장소에서 눈먼 사람들이 손잡고 배식하러 가는 부분이나 그 안에서의 룰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모습들,
격리구역 외 바깥세상의 모습 등 책을 읽는 내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그 장면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번진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에 공포를 선동하고, 병자를 혐오하고, 빗장을 닫아걸게 되었을 때 이런 석가모니의 가르침보다는 정치와 외교가 전염병보다 더 큰 힘으로 병자를 대하고 있다. 이런 사회를 그린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며 자비심을 생각한다. (…)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병자에게 닿기만 하면 눈이 머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돌 때, 앞이 보이면서도 스스로 병자들 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의사 부인, 더 이상 전염병이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때 눈먼 자들을 살 길로 이끌어 간 그 의사 부인의 자비심을
불온한 정치 세력으로 몰아 암살하는 나쁜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 아니어야 한다. 병자에게 쉴 곳을 마련해 주고, 약과 보살핌으로 병을 함께 감당해 나가는 그런 사회가 되어 갈 때 우리는 인간의 생로병사 앞에서 눈을 뜨고 출가한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나누어 가지게 될 것이다. ---「진짜 무서운 병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나쁜 정치 - [눈먼 자들의 도시(2008)」중에서



<낮은 목소리>를 통해 한국 사회가 봉인해 왔던 역사가 세상 밖으로 터져 나왔다. 감독과 할머니들의 관계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바뀌어 나가는 것을 보여 주는 이 영화는 과거를 숨기려 했던 할머니들이 세상 밖으로 나서는 플랫폼이 되었다.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는 3부작으로 되어있다.
풀어야 할 우리의 역사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 부끄러운 건 우리가 아니라 너희다"
***
영화를 통해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
저자의 삶에 대한 태도와 고민이 그대로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리고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