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으로 가는 길
엄기용 지음 / 아임스토리 / 2022년 3월
평점 :
집으로 가는 길 - 엄기용
이 책은 작가님의 회고록이다.
그림과 글로써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고 그리워하고 또 거기에 남은 어린 시절의 나를 다독여주는 책.
사진작가로서 삶을 살며, 시간 속을 유영하다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작가님의 그리움의 시간들을 볼 수 있었던 그림과 책이었다.

1.
작가의 말
" 이 글을 마치게 되면 다 털어내서 뭔가 개운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렇지 않다. 가슴 밑에서 밀려오는 것들로 종이에 베인 살처럼 마음 한편 이 아린다. "
이 책을 탈고한 후 작가님의 솔직한 심경에서 앞으로 책의 내용을 조심스레 알 수 있었다.
나는 작가님을 이제 알아가는 단계이지만, 그의 유년 시절이 그에게는 아픔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
이 책안에 살고 있는 그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
조심스럽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2.
책 구성,
1부 유년의 집 - 고향에서 보낸 유년 시절
2부 집을 떠나다 - 성인이 된 후 여행지에서
3부 집으로 가는 길
자신의 삶에 대한 소감을 사진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그 기록들에 대하여 부러웠다.
꼭 대단한 삶을 살진 않더라도, 훗날 나도 이렇게 나의 생애를 담은 책 한 권을 만들어내고 싶다.
3.
" 힘들면 좀 쉬어! "
이 말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들으면 괜히 좋은 말이다. 힘들지 말라고, 좀 쉬어라는 그 말은
내 힘듦을 알고, 나를 위하는 순정의 마음이니까

4.

공감되는 비에 대한 이야기
툇마루에 앉아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와 마음의 여유를 아는 이를 만나면 반갑다.
살기는 아파트가 편하다고 하지만,
어린 시절 대청마루에 앉아 기와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자란 나는
여전히 그 소리가 그립고 그립다.
"아무 말 없이 내리는 비를 그저 멍하니 보기만 해도 가슴이 저리기도 하고 시원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땐 눈도 덩달아 맑아짐을 느낀다. "
내가 느끼는 물멍의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 끄덕끄덕 너무 좋아서 끄덕.
5.
길 위의 사람도 동물도 저마다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어떤 사람은 벽에 기대어 있고, 어떤 사람은 앉아 있고, 어떤 사람은 서 있다. 목마른 개는 꼬리를 감고 긴장된 자세로 고여 있는 물을 마시고 있고, 사람들은 햇볕을 피해 시원한 그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풍크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사진을 감상할 때 작가가 의도한 바를 관객이 동일하게 느끼는 것을 ‘스투디움Studium’,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관객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느끼는 것을 ‘풍크툼Puctum’이라 한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며 비평가인 롱랄 바르트Roland Barthes는 “피사체에 대한 단순한 감상이나 인지인 스투디움에 균열을 내는 풍크툼을 담고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자기가 겪었던 사건이나 시공간에서 함께 했던 기억을 잊고 살 때가 많다. 이런 기억들은 여행지에서 낯선 감각을 접할 때 의식 밖으로 나올 때가 있다. 나는 이 순간을 ‘풍크툼’이라고 정의 내린다. 부모님이 싸운 날 밤이면 종종 울면서 잠든 적이 있다. 흘린 눈물로 적신 베개의 싸늘함, 얼굴을 때리는 장대비의 차가움, 저녁 무렵 집 툇마루에 앉아 맡았던 다른 집에서 나오는 밥 짓는 냄새 등이 풍크툼이 되어 날카로운 면도날에 살이 베이듯이 사르르 의식을 깨우고 지나간다.
존재와 그리움에 대한 작가님의 시선이 좋았다.
조금은 저린 마음으로 시작했던 책의 첫 페이지부터 여행지를 지나 다시 돌아가는 그 길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