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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 -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들려주는 현대인을 위한 마음 처방전
김민경 지음 / SISO / 2021년 5월
평점 :

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이라는 제목에 맞게
온갖 답답한 상황에서 나는 왜,
그 사람은 왜 그러나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게 쉽게 읽히고,
읽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신제품이 끊임없이 나올 때, 왜 저렇게 기능들을 세세히 분류시켰을까 했는데,
한 가지에 반짝 환호하다가도 금세 식는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서였나 보다.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나는 시간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이 싫다.
어떤 대상에 대해서는 기대는커녕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먼저 염두에 두고 일을 하곤 한다.
그래서 제대로 일 처리가 되었을 때 훨씬 놀라곤 한다.
내 입장에서 작은 약속일지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약속일 지 모른다.
작은 약속이라도 꼭꼭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지.
쌓아온 깨진 약속들이 내 평판과 인간관계를 좀먹기 전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리면 위험으로 인지하고,
어떤 법칙이나 습관으로 정의한 것들에 대해 놀라고,
꺼려 하는 걸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다.
왠지 모를 이유 없는 불쾌함, 껄끄러움이 모두 위험을 피하려는 본능에서 나왔다는 걸 알고 나면
좀 더 똑똑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없는 것들이
괜히 찝찝하고 싫다면 왜 내가 이 법칙을 세웠을까를 생각해 보면
어느새 무섭던 것들은 그저 시시한 것들이 되어서
뛰어넘을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는 악순환이 생기는 걸 보고 알아차릴 수 있다.
괜히 말이 날카롭게 나가고,
내게 하는 인사말이나, 눈길 모두가 적의가 가득한 것 같고,
또 마음이 조급해지니 일처리에 문제가 생긴다.
그럴 때 나는 전원을 끈다는 생각을 하고
한 세 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난다.
제시간에 맞춰 식사를 하고,
입은 잘 열지 않고 일단 웃으며 상대방 말에 동의하려고 한다.
그렇게 피로를 빠르게 해소시키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입고 나면
좀 더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내가 걱정하는 것만큼 내가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더 괜찮을 사람이 때가 훨씬 많았다.
이제는 몇 번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입지 않아도 나를 다독일 수 있다.
나만큼은 나를 위한 내 편이어야 한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는 막상 떠올리려니 생각나지 않는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 몇몇을 생각해 봐도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된다.
부모님을 부른다고 일이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막상 닥치면 당사자만 곪는 일들 속에서 사람은 하염없이 약해진다.
누군가 그들을 붙잡아주고, 다독여줄 사람이 있었다면
내일과 미래가 두렵다 못해 끔찍한 것이 아니라
한 번쯤 더 겪어도 될 일 정도로 느껴지진 않았을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녹은 그 쇠를 먹는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감정은 쉽게 전염되고 부정적인 감정일수록 더 그렇다.
불안감은 물론이고, 틱틱 거리는 말투만으로도 금방 불쾌함이 번진다.
그렇다고 불쾌함을 서로에게 한껏 드러내고 나면
해소되는 종류의 감정도 아니라서
결국 남는 건 후회와 상처뿐이다.
그냥 쉽게 화가 나고, 건강하게 흘려보내지 못하는 그 사람을
한껏 안타까워해야지.
화를 사방팔방에 표출하지 못해 안달 난 그 사람은
결국 주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테니까.


고삼 증후군.
그렇게 대단할 정도로 공부를 하진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았고,
원망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어서 좌절감과 절망감이 심했다.
당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 다시 회고를 해봐도 도움 되지 않았다.
더욱 불쾌하기만 했고,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누가 신경이나 쓸 것 같냐고 말하던 사람들을 여전히 기억한다.
낮밤이 바뀌는 생활을 했고,
일 년 내내 수능 시험을 새로 보는 꿈,
재수하는 꿈, 수험 표를 받는 꿈이며 악몽이라곤 꿔 본적도 없는데
평범했던 일상을 꿈속에서 되풀이하며 잠에서 깨곤 했다.
무기력감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곁에 적어도
생체리듬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주위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된다.

목차를 보면 어디서 들어봤던 병명들과
공감되는 문구들이 눈에 띈다.
책은 대개 앞부터 읽는 편인데
궁금한 부분들을 먼저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문답하는 대화 형식으로 풀어쓰여서 주위의 사람들이 생각나고,
공감이 되던 책이었다.
단지 공감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지도 일러줘서
답답할 때 읽고, 마음을 가다듬고, 책에서 나온 것처럼 병원을 찾는 게 좋겠다.
또 주위를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준다.
요즘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거나, 저 사람 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을 때.
그렇게 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면 좋을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