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강명순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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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는 오랫동안 정착하고 싶은 곳을 찾았고, 마음에 꼭 맞는 장소를 발견했다. 보리수 두 그루가 있는 근사한 곳, 그 그늘 아래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호르메스를 읽을 수 있는 곳.

아주 마음에 꼭 드는 곳인데 심지어 그는 일생일대의 사랑을 만났다. 지적인 매력이 풍부하고, 취향이 닮은 사람, 로테다. (베르테르는 사피오섹슈얼이 분명하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표정에서 광채가 퍼져 나왔어. 내가 자기 말에 공감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시간이 갈 수록 그의 표정이 더 밝아졌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윌북, p.38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원수의 집안이라는 장벽이 있었고,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계급이라는 장벽이 있었고 (과연 그것 때문에 헤어졌는지는 의문이지만 일차적 이유이긴 하지…) 유리와 라라 사이엔 독재사회라는 장벽이(사실 장벽은 라라와 토냐 사이에 줄타기하는 유리라고 생각한…)있었다.

베르테르와 로테 사이에 있는 굳건한 벽은 알베르트라는 로테의 약혼자라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 나는 로테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약혼자 (훗날 남편)와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의지.

책은 베르테르의 편지로만 이어지기에 로테의 마름을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여러 단서들이 흩뿌려져 있는데 -뜬금없이 시인의 이름을 읖조린다든가, (클롭슈토스는 1950-90년 독일에서 그의 시를 함께 읽는 것을 연인관계를 시작하는 방법으로 여겼고, 연인 사이가 되자는 암호였다고 함, 여자와 책, 슈테판 볼만) 그날 중으로 다시 만나달라고 청하자 응했다든가 하는 것- 그것이 그렇게 결정적 사랑의 증거이냐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하겠다.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는 성격이 정반대나 다름 없는데 알베르트가 채워줄 수 없는 감정적부분을 베르테르사 채워준 게 아닌가 짐작할 뿐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로테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제 진심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베르테르를 곁에 두고 싶어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윌북, p.200



짧지 않은 짝사랑을 지속하는 동안 베르테르는 그토록 사랑했던 자연도, 시도 놓치게 된다. 이쯤되면 베르테르에게 로테는 절대자 그 이상이 되는 게 아닌가. 내가 힘들 땐 절대자 앞에 무릎 꿇고 자비를 구걸하지만 그를 잃는다고 죽고싶은 마음이 들 것 같지 않지만 로테를 잃는 상상만으로도 베르테르는 생을 지속할 의욕을 모두 잃어버리니까. 어떻게해도 닿을 수 없는 사랑은 집착이 되고, 집착은 인생의 경로를 급작스럽게 끊어낸다.



우리가 종종 산책을 하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앉아서 쉬던 곳인데, 그곳 역사 완전히 물에 잠기는 바람에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윌북, p.186



그들의 산책로는 물이 빠지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겠지만 인생의 뒷부분을 포연으로 잘라낸 베르테르는 돌아올 수가 없다. 베르테르에겐 시간이 약이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힌다는 다정한 빈말이 소용없었겠지, 하지만 폭풍우에도 두 그루의 보리수나무가 서 있었듯 재난같은 사랑에서도 자신으로 굳게 서있었더라면, 자신이 죽는 것이 로테를 위한 희생이라는 이기적인 낭만따위는 일기장에만 썼을 탠데…



“잘 지내요, 로테! 영원히 안녕!”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윌북, p.217



독자들의 마음 속엔 영원히 남을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매일 치받는 슬픔이었다가, 가끔 슬프다가, 종종 그립다가, 간혹 생각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과 영혼 속에서조차 인간이란 존재는 사라져야 하는 운명’이니까. ‘그것도 순식간에!’



그러니까 살아,

마음을 약탈당하고, 닿지 못할 사랑에 혈관이 모조리 터져버릴 것 같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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